일부 대기업 오너 회장들이 회사 경영 뿐 아니라 주식 투자에서도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회사 주가가 저평가됐을 당시 사뒀던 주가가 최근 코스피 지수 상승과 함께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28일 금융감독원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조남호 한진중공업 대표이사 회장이 대표적이다.

조 회장은 한진중공업의 최대주주인 한진중공업홀딩스 지분 46.50%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때문에 한진중공업 주식을 사들일 만한 특별한 이유는 없다. 하지만 지난 3월부터 6월초까지 꾸준하게 한진중공업 주식 28만1050주(0.59%)를 장내에서 사들였다.

조 회장이 주식을 사는데 투입한 금액은 72억5560만원이다. 주당 평균 매입가는 2만5816원. 한진중공업의 지난 27일 종가는 3만5950원으로 조 회장의 매입가보다 39% 이상 높다. 따라서 조 회장의 평가이익은 28억4800만원에 이른다.

한진중공업은 실적 턴어라운드와 보유 부동산에 대한 자산가치가 부각되면서 이달들어 큰 폭의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리핀 수빅 조선소가 올 하반기 영업이익 흑자로 돌아서는 등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인천 서구 율도부지와 북항배후 부지에 대한 기대감도 여전하다.

조석래 효성 대표이사 회장도 마찬가지다. 조 회장은 지난 5월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주가가 급락할 당시 효성 주식 4만주를 주당 7만699원씩 총 28억2790만원에 취득, 보유지분을 362만4478주(10.32%)로 늘렸다. 효성 주가는 전날 12만2500원으로, 이 당시 사들인 회사 주식 4만주에 대한 수익률은 73.27%, 평가이익은 20억7200만원에 이른다.

조 회장의 두 아들들도 조 회장과 비슷한 시기에 회사 주식을 매입, 짭짤한 평가이익을 내고 있다. 둘째 아들인 조현문 효성 부사장과 세째 아들인 조현상 전무는 조 회장 보다 주가가 조금 더 낮을때 각각 2만주와 1만1000주를 매입해 각각 8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정몽원 한라건설 회장은 지난 4월 이후 유상증자 참여와 장내매수, 시간외매수 등을 통해 회사 주식 277만8630주를 추가 취득해 보유지분을 21.93%로 늘렸다. 총 투입금액은 324억4700만원으로, 주당 평균 매수단가는 1만1677원이다. 한라건설의 27일 종가 1만5100원인 점을 고려하면 수익률은 29.31%에 이른다.

한라건설은 점차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한라건설에 대해 올해까지 자체사업용 토지 매입을 위한 자금 투자가 이뤄졌다면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토지매입 투자금의 회수가 나타나 현금 흐름 개선이 기대된다며 차입금이 감소하고 또 내년부터 영업외부문의 손익이 개선돼 당기순이익이 올해 대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형진 영풍 회장도 계열사인 코리아써키트 주식을 올들어 22만2790주를 주당 평균 3414원에 사들였다. 이후 주가 상승으로 28.43% 가량 수익을 내고 있다. 코리아써키트는 자회사 인터플렉스 지분 29.4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확대로 인터플렉스의 실적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지분법평가이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회사 사정을 가장 잘 아는 '오너' 경영진의 매매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단기적인 관점 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