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도권에 집중된 '물 폭탄'으로 침수된 차량이 많다. 전자장비가 많은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다. 물이 많은 곳에 차를 끌고가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만약 차가 침수됐다면 신속하게 견인 조치해 부품을 교환하거나 세차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물에 잠겼을 땐 시동 금지

차량의 밑바닥 정도만 물에 잠겼다면 엔진과 변속기,전자장치 등 핵심 부품엔 별 이상이 없다. 그렇지만 정비소에 들러 점검을 받고 깨끗이 세차하는 게 좋다. 흙과 같은 이물질을 제거한 후 물기를 완전히 말려주는 게 중요하다.

엔진 오일이나 변속기 오일 등의 오염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침수 상태로 방치해두면 차량의 주요 부품에 물이 스며들어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물기를 제거하려면 일단 배터리 케이블을 분리한 뒤 카센터의 압축공기나 헤어드라이기를 이용하면 된다. 퓨즈 박스나 센서류,커넥터 등을 따로 분리해서 건조시킨 후 시동을 걸어야 한다.

침수 차량의 실내는 매트를 제거한 후 신문이나 헝겊으로 남아있는 물기를 제거한다. 차 문을 연 상태에서 선풍기를 이용해 말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부의 곰팡이 냄새는 겨자를 물에 풀어 가속 페달 옆 공기 흡입구나 송풍구에 뿌려준 뒤 송풍 레버를 3~4단으로 높이면 된다.

만약 차량이 절반 이상 물에 잠겼다면 심각한 상태다. 이 때는 절대 시동을 걸면 안된다. 엔진이 터지거나 전기장치가 더 망가져 수리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엔진오일이 기준선 위로 올라왔다면 엔진에도 물이 들어갔다는 징후일 수 있다.

먼저 전기장치가 합선되지 않도록 엔진룸 안에 있는 배터리 단자(검은 색)를 분리해야 한다. 빨간 색 배터리 단자를 분리하면 합선 때문에 더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무리하게 시동을 걸려하지 말고 곧바로 견인 조치해야 한다. 완전히 침수됐던 차는 물에서 꺼낸 뒤에도 오일류와 냉각수,연료 등을 1~2차례 이상 교환해야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침수지역 통과할 땐 서행

앞서 주행하는 차량의 소음기(머플러) 또는 타이어가 3분의 1 넘게 물에 잠겼다면 따라 들어가선 안된다. 차고가 높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나 화물차가 통과했다고 일반 승용차를 타고 뒤따랐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침수지역으로 진입했다면 정지하지 말고 시속 10~20㎞ 정도로 서행해서 빠져나오는 게 좋다. 깊은 웅덩이를 통과한다면 기어를 1단으로 내린 뒤 1500~2000rpm 정도의 엔진 회전 수를 유지해 배기압력에 의해 소음기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한다.

동시에 에어컨과 실내 송풍스위치를 완전히 꺼야 합선 등에 따른 손상을 예방할 수 있다. 자칫 에어컨 팬이 돌아가면서 엔진에 물을 뿌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웅덩이를 주행하다 시동이 꺼지면 다시 시동을 걸지 않는 게 좋다. 공기 흡입구를 통해 들어간 물이 엔진을 완전히 망칠 수 있다.

물이 흥건한 지역을 달릴 땐 제동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자동차가 한쪽으로 크게 쏠릴 수 있다.

빗물 때문에 브레이크 성능이 떨어졌다고 판단되면,속도를 늦추고 앞뒤 차량을 주의하면서 제동 페달을 2~3회 반복적으로 밟아준다. 침수 지역을 통과한 후에도 브레이크를 여러 번 밟아 젖은 제동장치를 말려주는 게 좋다.

주행 때 앞창 와이퍼가 잘 닦이지 않거나 떨림 현상이 생기면 와이퍼 암을 안쪽으로 휘어 장력을 강하게 조정해 준다. 비나 눈이 쏟아지는데 와이퍼가 아예 작동하지 않으면 담배 가루나 물기가 많은 나뭇잎,비누 등을 앞 유리에 문질러 준다. 그래야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사이드미러에 담배 꽁초를 문지르면 빗물이 흘러내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집중 호우가 예상될 땐 강변이나 하천,교량 밑에 주차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어쩔 수 없다면 차량 전면이 출구 쪽을 향하도록 해야 유사시 신속하게 대피할 수 있다.

현대 · 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체들이 집중호우 지역을 중심으로 무상 점검 및 소모성 부품 교환 등의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알아두자.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