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내버려둔 고향 땅, 남에게 뺏긴다고?
추석 귀성길에 차례 · 성묘 등과 함께해야 할 일이 고향 땅 점검이다. 물려받은 땅이나 일부 종중원에게 명의신탁한 부동산을 장기 방치했다간 불필요한 송사(訟事)에 휘말릴 수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 변호사들은 "명의신탁된 종중재산,처분한 종중재산 배분,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 등을 둘러싼 분쟁이 여전히 많다"며 "귀성길에 확인해 두면 법적 다툼도 예방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방치하면 남에게 넘어갈 수도

물려받은 땅을 관리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다가는 뺏길 수도 있다. 20년 이상 소유 목적으로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땅을 점유한 이에게 소유권을 인정해 주는 '시효취득' 제도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번 고향 길엔 누가 내 땅을 무단 경작하고 있지 않은지,내 땅 위에 건물이 들어서지 않았는지 꼭 확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누군가 내 땅을 이용하고 있다면 임대차 또는 사용대차 계약서를 받거나 땅을 비워준다는 확인서를 받아둬야 한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법원이 계약서 등 권리를 인정받을 만한 확실한 근거가 없으면 시효취득을 잘 인정하지는 않지만 문서로 권리관계를 확실하게 해 두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한참 내버려둔 고향 땅, 남에게 뺏긴다고?

◆분묘기지권도 주의 대상

분묘를 둘러싼 분쟁도 흔하다. 주로 남의 땅에 설치한 분묘가 문제다. 땅주인이 남의 묘를 무단 이장해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다. 누군가 내 땅에 몰래 분묘를 설치해 골머리를 앓는 땅주인도 있다.

남의 땅에 설치된 분묘가 적법한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분묘기지권이다. 민법은 타인 소유의 토지에 분묘를 설치해도 분묘와 주변의 일정 토지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인 분묘기지권을 인정한다. 토지 소유자의 승낙을 얻어 분묘를 설치했거나,소유자 승낙 없이 분묘를 설치한 뒤 20년간 평온하고 공공연하게 묘를 쓰고 있는 경우 등에 한해서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는 묘지라면 땅주인이라도 함부로 이장할 수 없다. 동의 없이 이장하면 민 ·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분묘기지권이 성립하지 않는 묘지는 땅주인이 이장할 수 있다. 연고자가 있으면 문서로 개장을 통보해야 하고,연고자가 없으면 시 · 도지사 허가를 얻어 공고 후 이장한다. 남기송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무연고 묘를 무단 개장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종중재산 분배는 공평해야

신도시 등 각종 개발사업으로 수용되는 종중 부동산이 늘면서 매각대금을 둘러싼 다툼도 잦다. 매각대금을 덜 줬다며 여성 · 해외 이민자 · 방계 후손 등이 소송을 내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05년 대법원이 여성에게도 종중원 자격을 줘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이후 법원은 재산분배 때 여성 등의 차별을 무효라고 판단하고 있다.

종중 땅 명의신탁도 문제 소지가 많다. 종중 소유 부동산은 종중 사람 명의로 신탁이 가능하다. 종중이 부동산을 돌려달라고 요구해도 명의수탁자가 거부하거나 몰래 수탁 재산을 팔아 버리면 문제가 된다. 명의신탁 부동산을 종중 명의로 돌려놓으면 이런 문제를 막을 수 있다.

명의수탁자가 종중 땅을 몰래 팔았을 때 명의신탁 사실을 모르고 매입한 제3자에겐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다만 명의수탁자에게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는 가능하며 형사상 횡령죄 등으로 고소할 수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