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배고픔이 안타까우면서도 자존심 다치게 할까봐 힘들었는데..'

강원 정선고등학교 2학년 심상철(17.2학년) 군은 13일 급식소 앞에서 "학교에서는 그 누구도 돈을 내지 않고 밥을 먹을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다"라며 활짝 웃었다.

심 군은 "우리가 사는 정선군이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런 무상급식을 시작했다는 사실도 너무 기쁘다"라며 자랑스러워했다.

강원 정선군이 전국 최초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학생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전면 실시한 지 오는 19일로 만 한 달이 된다.

정선군은 지난달 19일 개학한 정선읍 정선중.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전면 친환경 무상급식에 들어갔다.

현재 친환경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정선지역 학생은 60학교에 4천442명.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한 달 급식비 3만∼4만원을 내지 못해 상처받아야 했던 아이들은 물론, 친구의 배고픔이 안타까우면서도 자존심을 다치게 할까봐 힘들었던 아이들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찾아왔다.

이번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시행의 사실상 '최대 수혜자(?)'인 학부모들 얼굴에도 미소가 퍼지고 있었다.

급식비를 제때 못 내 배고픔보다 자존심때문에 더 참기 힘들어 하는 자녀들의 어두운 얼굴을 보지 않아도 되는데다 무상급식 덕분에 상대적으로 지갑도 두툼해졌기 때문.
자녀 4명을 둔 유병민(43.정선읍) 씨는 "막내까지 유치원에 들어가면 무상급식으로 줄어드는 교육비가 연간 170만원 이상 될 것"이라며 "연말 특별 보너스를 받은 기분"이라고 좋아했다.

이때문에 최근 강원도교육청이 마련한 친환경 무상급식 민.관협동 워크숍에서 한 참석자가 "모두 정선으로 이사 갑시다"라고 외칠 정도로 정선은 학부모들 사이에 부러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부 학부모 사이에서는 무상급식으로 줄어든 비용을 다시 아이들 교육에 환원하자며 예전 급식비의 일정부분을 장학금으로 내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정선교육지원청 현종진 교육장은 "저소득층 자녀 급식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야 하는 교직원들의 부담이 없어졌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육현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의 굽은 허리도 조금씩 펴지고 있다.

정선군은 학교급식관리센터를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 음식재료로 공급하고 있으며 서울 등 수도권으로의 판로확보에도 강원도와 함께 온 힘을 쏟고 있다.

최승준 정선군수는 "우선 아이들이 좋아하고, 학부모는 만족과 함께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다"라며 "친환경 무상급식이 순환농업으로 이어지면서 농촌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한몫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최 군수는 정선군의회 의장 재임시절인 올해 3월 강원 18개 시.군에서 처음으로 무상급식을 지원할 수 있는 '정선군 학교급식지원 조례안' 제정을 주도한 바 있다.

(정선연합뉴스) 배연호 기자 by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