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주 2ㆍ3세, 소형주택 사업에 잇따라 진출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내 서판교 전용주거 지역인 12블록.이곳에는 2층짜리 단독주택이 한 채 세워져 있다. 새 집을 지으려는 판교 단독택지 분양자를 겨냥한 샘플하우스로 국내에선 아직 낯선 조립식 주택이란 점이 특징이다. 샘플하우스를 지은 업체는 SK건설 자회사인 SKD&D.SK그룹 창업주 고(故) 최종건 회장의 막내 아들인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2004년 설립한 회사다.

◆소형주택 시장 진출 러시

대기업 자회사들이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소형주택 건설시장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대주주인 대림I&S가 최근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에 진출했다. 이 회사는 대림산업의 주택 · 빌딩 정보기술(IT) 서비스 계열사로 이 부회장이 지분 72.5%를 갖고 있다. 대림I&S는 최근 신사업으로 소형 임대주택 사업을 선정,30~299채 규모로 짓는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부지를 찾고 있다.

작년 말 '스카이홈'이라는 조립식 단독주택 브랜드를 출시한 SKD&D는 판교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단독주택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SKD&D는 최 부회장이 지분 70%를 소유한 개인 회사였으나 2005년 SK건설 자회사로 흡수됐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말 기준 지분율 38.76%로 SK건설(44.98%)에 이어 2대 주주로 올라 있다. 스카이홈은 전체 주택의 80%를 공장에서 만들어 현장에서 '레고'처럼 조립하는 미래형 주택이다. 회사 관계자는 "2주면 시공이 끝나는데다 직접 제작으로 건축자재 이음새가 벌어지지 않아 기존 단독주택에 비해 연료비를 50%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7년 설립된 아주그룹 자회사 아주프론티어도 최근 소규모 빌라 및 오피스텔 시장에 뛰어들었다. 아주프론티어 최대 주주는 창업주 문태식 명예회장의 장남인 문규영 회장으로 지분 84.21%를 갖고 있다.



아주그룹은 지난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건설 · 부동산 · 레저 등으로 사업영역을 넓힌다고 밝혔다. 그룹 관계자는 "모기업 아주산업이 보유한 레미콘 공장부지를 개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틈새상품 선점 공략 가속화할 듯

창업주 2,3세들이 진출하는 틈새 주택시장은 기존 건설사를 동원하지 않고 자회사나 오너가 직접 출자한 소규모 계열사를 통해 진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외형이 큰 대형 건설사로는 간접비 증가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위주의 주택건설 시장이 갈수록 침체되는 추세여서 틈새 시장에 대한 대기업들의 우회 진출은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L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자회사 설립을 통한 도시형 생활주택 진출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아파트 건설 시장이 계속 부진한데다 베이비붐 세대 은퇴,1~2인 가구 증가 등으로 도심은 물론 도심 외곽에 새로운 주거 형태의 소형 주택이 주력 상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며 "대형 건설업체들이 시장 트렌드를 미리 읽고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관련 시장을 본격 선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