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신임 총리 후보자 선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국정 상황을 보면 하루빨리 총리 인선을 매듭지어야 한다. '8 · 8 개각'에 따른 청문회 과정에서 총리와 두 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했다. 여기에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까지 중도 하차했다. 총리와 외교부 장관이 공석이 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빚어지면서 국정운영 공백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때문에 청와대는 조속하게 총리 인선을 매듭짓는다는 방침 아래 유력 후보들의 검증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일단 추석 연휴(21~23일) 이전에 인선 작업을 매듭짓고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다음 달 4일까지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마친다는 구상이다. 그렇지만 더욱 까다로워진 검증 절차 때문에 이런 목표가 제대로 달성될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관계자는 6일 "총리 후보와 관련해 함구령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구체적인 인선 기준을 공개할 수준이 아니다"며 말을 아꼈다. 이런저런 설(說)들이 나돌면 인선작업에 혼선을 줄 수 있다는 이 대통령의 지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렇지만 여권 내에선 총리 인선의 세 가지 기준이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공정한 사회'의 개념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도덕성 검증에 문제가 없는 안정형이어야 하고,이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 운영 기조인 '공정한 사회' 철학을 제대로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내각을 원활하게 이끌 행정 능력을 갖춰야 하며,정치색이 비교적 옅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정치색이 너무 짙으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자칫 야당의 공격 강도를 높이는 빌미가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총리설이 거론되고 있어 주목된다. 현 정부 집권 후반기 경제 살리기 성과를 내기 위해선 이 대통령 혼자만으로는 역부족이라는 게 여권 일각의 인식이다. 이 대통령은 후반기 정치 쪽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는 논리도 깔려 있다. 공정 사회를 국정 핵심 기조로 내세운 만큼 이를 실천하는 데 힘을 기울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이와 함께 오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등 굵직한 국제회의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새 총리 후보로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선 거론된다. 세 가지 기준에 합당하다는 게 여권 일각의 시각이다. 행정 경험이 풍부하고 이미 인사청문 절차를 거쳤으며,20개월 동안 재정부 장관을 맡아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철학을 제대로 소화했다는 것이다. 한덕수 주미대사와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도 거론되고 있다.

도덕성 측면에서 '딸깍발이 판사'로 알려진 조무제 전 대법관이 거론되며 지역 화합 차원에서 호남 출신의 강현욱 전 전북지사와 김덕룡 대통령 국민통합 특보,충청 출신인 심대평 국민중심연합 대표와 이완구 전 충남지사,정우택 전 충북지사 등이 물망에 오른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