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이 갈피를 잡지 못하는 사이 투기성이 강한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을 맴돌자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를 노린 개인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ELW 거래대금은 하루 평균 1조7948억원으로,개장 이래 최대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1조1667억원에 비해 53.8% 늘어난 규모다. 지난달에는 하루 2조원 이상 거래된 날도 닷새나 됐다. 주식시장은 거래대금이 정체돼 있어 전체 시장 거래대금에서 ELW가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달 14.5%으로 높아졌다.

한 파생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박스권에 갇혀 제한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적은 금액으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ELW 투자가 개인들 사이에서 인기"라고 전했다. ELW는 옵션처럼 주가 방향성과 함께 등락폭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데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크지 않아 거래가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상장 종목 수도 크게 증가했다. 작년 말 4000개 미만이던 ELW 종목 수는 지난 4월 5000개를 돌파한 뒤 지난달에는 6230개로 불어났다. 일본계 노무라증권이 지난달에만 114개 종목을 신규 상장시켰고 우리투자증권이 110개,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92개를 각각 선보였다.

김경학 거래소 상품개발 팀장은 "오는 6일 신종 워런트인 조기종료 ELW(KOBA워런트) 상장을 앞두고 상장 종목 수가 크게 늘었다"며 "후발주자인 외국계 증권사들이 해외에서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시장 공략에 나서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과열되는 것은 경계할 요인"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투자자 교육을 전담할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는 등 투자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쓰던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가 많은 데다 상장 종목 수가 늘면서 과부하가 걸려 전산장애가 종종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또 ELW들이 대부분 비슷한 기초자산을 사용하고 있어 투자자들이 종목 선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ELW 거래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최근 ELW 거래대금 증가는 거액을 '초단타' 매매하는 일명 '슈퍼메뚜기'(스캘퍼)들의 매매가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일부 증권사가 실적을 올리기 위해 오히려 이들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김유미/강지연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