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파이브 툴관 ◆◆은행 앞에서 △△사 관계자를 만나 도장을 받아오세요. '

서울 삼성동에 있는 무역회사의 경리직원 류모씨(23)는 최근 직장 상사로부터 간단한 지시를 받고 지하철을 탔다. 그는 가든파이브 입구인 장지역을 나오자 숨이 탁 막혔다고 불평했다. '회사에서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으로 가든파이브 배치도를 확인하고 나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고 했다.

그는 "3개동을 통합한 전면 배치도가 없어 툴관을 찾는 데 한참 동안 애를 먹었다"며 "주차요원에게 물어 찾기는 했지만 건물을 뺑뺑 도느라 1㎞는 걸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주말 가든파이브 내 NC백화점을 찾았다는 박모씨(45)도 "가든파이브에서 길찾기는 마치 미궁 속의 미로 찾기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그는 "주차를 하고 식당가까지 가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다"며 "통로가 너무 복잡하고 안내표시도 하나 없어 방심하다간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고 넌더리를 쳤다.

가든파이브에 입주한 설계사무소 관계자도 "민간 기업에서 이렇게 설계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불친절한 설계라는 비난을 들을 것"이라며 "대충 멋만 부린 것 같다"고 쏘아붙였다.

가든파이브 입주자들은 "외부 손님을 초대하기가 미안할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첫 방문객들은 대부분 가려는 곳을 찾지 못해 헤매기 일쑤여서 안내문을 일일이 붙여 놓거나 안내요원을 세워둬야 한다.

미로 같은 가든파이브가 탄생한 이유는 뭘까. 이용자 입장에서 고민하지 않고 공급자 위주로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청계천상인연합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설계 초기부터 상인들의 의견은 무시됐다. 한 관계자는 "가든파이브 사용자인 상인들의 의견은 설계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외부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형적인 설계를 했다"고 비난했다.

가든파이브가 그랜드 오픈한 지도 2개월여가 지났다. 대형 백화점과 아울렛이 들어오면서 상권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 입점주는 "가든파이브에 가장 절실한 것은 수요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라고 조언했다.

성선화 건설부동산부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