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 처음..간 총리 전몰자 묘원 방문
자민당 지도부는 야스쿠니 참배


일본 민주당 정권이 집권 후 처음 맞은 8월15일 '종전기념일'에 야스쿠니(靖國) 신사 대신 전몰자 묘원에 가는 것으로 이전 정권과의 차이를 드러냈다.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는 이날 오전 도쿄도의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방문해 납골당에 헌화하고, 깊이 고개를 숙였다.

간 총리는 물론 각료, 부대신(차관), 정무관 등은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러 가지 않았다.

일본 각료 전원이 8월15일에 야스쿠니에 참배하지 않은 것은 1980년대 이후 처음이다.

이는 중국이나 한국 등 아시아 국가를 배려하는 것은 물론, 자민당 정권과의 차이를 국내외에 호소하려는 의도라고 교도통신은 풀이했다.

간 총리는 이후 도쿄 무도관에서 열린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서 역대 총리와 마찬가지로 "아시아 여러 국가의 사람들에게 많은 손해와 고통을 안겼다"고 가해 책임을 언급했고,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하고, 세계 영구 평화의 확립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아키히토(明仁) 일왕은 "역사를 돌아보고 전쟁의 참화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절실히 바라며, 전(全) 국민과 함께 전화(戰禍)로 쓰러진 이들에 대해 진심으로 추도의 뜻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한편 자민당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총재와 오시마 다다모리(大島理森) 간사장,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등 자민당 지도부는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했다.

또 민주당 하타 유이치로(羽田雄一郞) 참의원 의원 등 '다함께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에 속한 여야 의원 41명이 집단 참배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11명, 자민당 26명, 국민신당 1명, 다함께당 1명, 일어나라일본 2명이었다.

아베 전 총리는 각료 전원이 참배하지 않은 데 대해 "각료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이 아니라 총리가 정한 방침이라면 헌법상 '종교의 자유'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라고 비판했다.

일본이 1869년에 만든 도쿄 쇼콘샤(招魂社)가 전신인 야스쿠니신사는 강화도 사건, 조선 의병 진압, 태평양전쟁 등 각종 침략 전쟁 과정에서 숨진 이들을 추도하기 위해 만든 시설로 1978년 10월에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등 A급 전범 14명까지 몰래 합사해놓았다.

앞서 간 총리는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 "A급 전범이 합사돼 있어 총리나 각료가 공식 참배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임 중에 참배하지 않겠다는 의향을 되풀이해 표명했고,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도 "각료의 공식 참배를 자제한다는 것이 정부의 생각"이라고 밝혔다.

(도쿄연합뉴스) 이충원 특파원 chungw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