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악제조직위..'제주관악 뿌리찾기'

한국전쟁 당시 제주에 온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소녀는 누구일까.

사단법인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원회(위원장 김영호)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7월 3일에 찍은 빛바랜 흑백사진 속의 '클라리넷 소녀'를 찾고 있다.

조직위가 찾는 주인공은 사진 속에서 제주도를 방문한 이승만 대통령 내외 앞에서 자신의 키만 한 클라리넷을 부는 단발머리 소녀다.

영부인인 프란체스카 여사의 오른쪽에 황온순 한국보육원 원장이 자리한 점으로 미뤄 소녀는 한국보육원 관악대 단원이자 전쟁고아 중 한 명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 전쟁고아들을 수용한 한국보육원은 40여명으로 관악단을 구성, 운영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보육원은 당시 미군 부대와 같이 제주농업학교 부지(현 제주시 전농로)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사진에 미군과 막사로 보이는 군 시설이 있어 이곳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이 사진은 지난해 제주도가 발간한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1900-2006년)'에 실리면서 시선을 끌었다.

제주국제관악조직위 사무실에도 사진이 걸려 있다.

조직위가 이 소녀를 찾는 이유는 제주 관악의 뿌리 찾기 운동의 하나로, 전쟁의 참화 속에서 클라리넷을 부는 소녀가 제주 관악사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관악제조직위 이상철 상임부위원장은 "주인공을 찾게 되면 제주국제관악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소중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내년 관악제에 공식 초대해 50여년 전의 클라리넷 선율을 다시 듣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소녀가 현재 생존해 있다면 65세 전후일 것"이라며 "당사자나 가족을 아는 분은 조직위(☎064-722-8704 또는 011-9487-3657)로 연락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보육원은 한국전쟁이 끝나자 서울로 옮겨갔으며, 황온순씨는 휘경여중 이사장을 지내다 5년 전에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5년부터 시작된 제주국제관악제는 '섬, 그리고 바람의 울림'이란 주제로 해마다 8월에 열리고 있다.

홀수 해에는 콘서트밴드축제가, 짝수 해에는 앙상블축제와 국제관악경연이 펼쳐진다.

(제주연합뉴스) 홍정표 기자 jp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