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시장기능 살리는 주택정책 펼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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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등 집값 잡는 수단으로 변질
금융건전성 확보에 초점 맞춰야
금융건전성 확보에 초점 맞춰야
지난 주 관계 장관들이 모여 몇 시간씩 토론하고도 아무 발표할 것이 없다며 그냥 헤어지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다. 이 해프닝은 주택정책이 표류하는 모습을 잘 보여준다.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보금자리주택 공급,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분양가 상한제,투기지역 지정 등에 관련된 정책적 불확실성이 시장 참여자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우리가 쉽게 주택시장이라고 말하지만,주택시장은 하나가 아니다. 서울 경계 안쪽은 5년 이상 공급이 위축됐으므로 요란한 급매물 소식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격하락이 없다.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 언제든지 가격이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 전세가격 상승이 그 조짐이다. 서울 통근권의 시장은 서울의 영향 아래 있지만,이미 서울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변방 시장이 돼버렸다.
서울과 통근이 불편한 외곽지역은 참여정부 말기에 쏟아낸 주택분양 및 택지공급 물량 때문에 대규모 미입주 ·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도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지방시장은 2004년 이래의 미분양이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DTI 규제완화는 각각의 시장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것이다. 서울 외곽지역의 미분양 해소에 약간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이 불안할 수 있다.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강남 집값이 오르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규제완화에 반대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친서민'을 표방하고 나온 입장에서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세,분양가 상한제,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경감조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택가격의 등락 및 그 정치적 파장만을 고려한다면 아무 일도 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가 빠져있는 딜레마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가격,특히 강남 집값 동향이 부동산정책의 평가 준거이지만,이는 정상이 아니다. DTI 규제를 예로 들어 보자.이 규제는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대출이 나가도록 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어떤 DTI 수준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DTI가 잘못 정해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DTI가 30% 내지 35% 범위를 초과할 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통계 때문에 이 수준의 DTI가 적당한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채무자의 직업,소득과 재산,신용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DTI 규제 도입 당시부터 본래의 목적보다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지 여부가 관심사였고,현재도 마찬가지다. 현 규제수준이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없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마찬가지다. 금융 건전성을 목적으로 해야 할 규제들이 주택경기 조절수단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 사정은 세제나 기타 규제들도 같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 가운데 모든 제도가 왜곡됐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격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경기는 좋다가 나빠지기도 한다. 올라야 할 가격은 올라야 하고,내려야 할 가격은 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이 구별되고 경제의 낭비요소가 제거된다. 이런 시장 기능은 크게 훼손돼 있다. 부동산 정책을 개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그 목적이 '가격하락을 막고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정책 개편은 각각의 제도가 가진 고유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도록 하는 뚜렷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지금이 그 일을 하기 좋은 때다.
손재영 <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
우리가 쉽게 주택시장이라고 말하지만,주택시장은 하나가 아니다. 서울 경계 안쪽은 5년 이상 공급이 위축됐으므로 요란한 급매물 소식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가격하락이 없다. 시장의 불안이 진정되면 언제든지 가격이 상승할 잠재력이 있다. 전세가격 상승이 그 조짐이다. 서울 통근권의 시장은 서울의 영향 아래 있지만,이미 서울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변방 시장이 돼버렸다.
서울과 통근이 불편한 외곽지역은 참여정부 말기에 쏟아낸 주택분양 및 택지공급 물량 때문에 대규모 미입주 ·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까지도 공급과잉에 따른 시장침체를 피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지방시장은 2004년 이래의 미분양이 지역에 따라 어느 정도 해소되고 있다.
DTI 규제완화는 각각의 시장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것이다. 서울 외곽지역의 미분양 해소에 약간의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강남지역의 주택가격이 불안할 수 있다.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강남 집값이 오르면 안된다는 입장이라면 당연히 규제완화에 반대하게 된다.
이명박 정부가 최근 '친서민'을 표방하고 나온 입장에서 다주택 보유자 양도세 중과세,분양가 상한제,강남 3구의 투기지역 지정 등의 문제에 대해서도 쉽게 경감조치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주택가격의 등락 및 그 정치적 파장만을 고려한다면 아무 일도 하기 어렵다. 현재 정부가 빠져있는 딜레마이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가격,특히 강남 집값 동향이 부동산정책의 평가 준거이지만,이는 정상이 아니다. DTI 규제를 예로 들어 보자.이 규제는 상환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만 대출이 나가도록 한다는 목적을 갖는다. 어떤 DTI 수준에서 대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으면 DTI가 잘못 정해진 것이다. 미국의 경우 DTI가 30% 내지 35% 범위를 초과할 때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다는 통계 때문에 이 수준의 DTI가 적당한 것으로 보지만 실제로는 채무자의 직업,소득과 재산,신용정보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대출실행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에서는 DTI 규제 도입 당시부터 본래의 목적보다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지 여부가 관심사였고,현재도 마찬가지다. 현 규제수준이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을 정확히 반영하는가라는 가장 중요한 문제에 대해선 논의가 없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도 마찬가지다. 금융 건전성을 목적으로 해야 할 규제들이 주택경기 조절수단으로 왜곡된 것이다. 이 사정은 세제나 기타 규제들도 같다. 강남 집값을 잡겠다고 별별 수단을 다 동원하는 가운데 모든 제도가 왜곡됐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격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한다. 경기는 좋다가 나빠지기도 한다. 올라야 할 가격은 올라야 하고,내려야 할 가격은 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잘한 사람과 잘못한 사람이 구별되고 경제의 낭비요소가 제거된다. 이런 시장 기능은 크게 훼손돼 있다. 부동산 정책을 개편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그 목적이 '가격하락을 막고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손대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정책 개편은 각각의 제도가 가진 고유 목적을 달성하면서도 시장 기능을 정상화하도록 하는 뚜렷한 목적을 가져야 한다. 지금이 그 일을 하기 좋은 때다.
손재영 <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