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과 부지사들의 회의는 다음 달로 연기됐습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인데…."

국토해양부 공무원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 이전 문제와 관련,지난 23일로 잡혀 있던 회의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말꼬리를 흐렸다. 이 자리에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차관과 전북 · 경남 부지사들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LH 이전문제는 이 공무원의 말처럼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지자체,정부,국회 등이 복잡하게 얽혀서 지루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탓이다.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해야 하는데 아직도 '어디로 가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정부는 현재 전체 157개 공공기관 가운데 134개 기관의 지방이전을 최종 승인했다. 하지만 기업규모가 가장 큰 LH는 포함되지 않았다.

상황이 꼬이게 된 것은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하면서부터다. 통합 이전에는 토공이 전주로,주공은 진주로 옮겨가기로 했었다. 하지만 몸통이 하나로 묶이면서 이전문제가 뒤틀렸다.

전주시와 진주시의 입장 차이는 현재 너무 크다. 협의 자체가 안될 정도다. 최근에는 광역자치단체인 전북도와 경남도까지 가세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전북은 7(전주) 대 3(진주) 정도를 협의안으로 제안했지만,경남은 아직도 진주 쪽으로 '모두 이전'을 주장하고 있어 중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정치인들도 나섰다. 국토부를 상대하는 국회의 국토해양위 소속 의원들이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여야 간사가 LH가 이전할 지역의 출신이다. 최구식 한나라당 의원은 진주가 지역구이고,야당 간사인 최규성 민주당 의원은 전주시 인근의 김제시 · 완주군이 지역구다. 국토부는 이들 지자체와 국회의원 눈치까지 봐야 할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정작 당사자인 LH 직원들은 의견을 내기도 힘들다. LH의 한 직원은 "부채 문제로 눈치가 보이는데 우리가 어디로 가고 싶다고 말할 처지가 안된다"며 "아예 묻지도 않고 있다"고 푸념했다.

정작 이전지가 결정되면 보따리를 싸야 할 직원들이다. 이들이 배제된 채 정치 게임으로만 변질되는 한 LH 이전 문제가 연말까지 원만히 해결될지 암담한 느낌이다.

김재후 건설부동산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