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를 통해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조광래(56) 프로축구 경남FC 감독은 '스타 출신 명 지도자'다.

특히 선수를 보는 눈이 정확하고 어린 유망주를 발굴하는데 일가견이 있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한 '중장기 비전'에 합당한 인선이라는 평이다.

진주고와 연세대를 거친 조광래 감독은 현역 시절 '컴퓨터 링커'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1970~80년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미드필더였다.

정확한 패스와 영리한 경기 운영 능력은 물론 타고난 승부욕까지 더해 불과 21세 때인 1977년 싱가포르와 친선 경기를 통해 A매치 데뷔전을 가졌다.

171㎝의 크지 않은 키지만 시험을 쳐서 명문 진주고에 들어갔을 만큼 명석한 두뇌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1978년과 1986년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내는 데 힘을 보탰고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도 태극 마크를 달고 출전했다.

현역 시절 A매치 성적은 94경기에서 15골이다.

1987년 선수 생활을 접은 조광래 감독은 1988년 친정이던 대우에서 코치를 맡았고 1992년에는 감독으로 승격됐으나 1994년 성적 부진을 이유로 그만뒀다.

1992년 다이너스티컵에는 대표팀 코치를 역임하기도 했다.

지도자로서 성공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린 편이었다.

1996년 수원 삼성의 코치를 맡았으나 1년 만에 다시 물러났고 이후 브라질 유학을 거쳐 1999년에 FC서울의 전신 안양 LG 지휘봉을 잡았다.

조광래 감독이 지도자로서 전성기를 누리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점으로 2000년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고 이영표(알 힐랄), 이청용(볼턴), 김동진(울산)을 비롯해 정조국, 고요한, 고명진 등 현재 서울의 주축 멤버들을 키워냈다.

중학교에 다니던 이청용을 서울로 스카우트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골 넣는 수비수'로 주가를 높인 이정수(가시마)가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포지션을 옮긴 것 등이 모두 조광래 감독의 작품이라 선수 보는 눈도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K리그에서 2000년 우승, 2001년 준우승을 차지했고 2002년 아시아클럽선수권(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등 화려한 성적을 낸 것이 LG 감독 시절이었다.

2004년 서울 감독에서 물러난 조광래 감독은 이번엔 유럽에서 견문을 넓히다 2008년 경남의 사령탑에 올랐고 이때부터 또 어린 선수들을 키워내는 수완을 발휘한다.

2006년 창단한 '젊은 팀'을 맡아 2008년 FA컵 준우승을 일궈냈고 올해 K리그에서도 선두 제주 유나이티드에 승점 1점 뒤진 4위에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김동찬, 이용래 등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경남은 '조광래 유치원'이라는 애칭이 붙었고 올해도 이용기, 윤빛가람 등을 조련하며 한때 1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경기 스타일을 보면 현역 시절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체격이나 체력을 앞세운 축구보다는 아기자기한 기술 축구를 선호한다는 평이다.

야인 시절 브라질과 이탈리아, 영국 유학을 통해 선진 축구를 직접 익힌 조광래 감독은 젊고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들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미드필드 라인을 두텁게 쌓아 공 점유율을 늘리고 그 가운데서 어린 선수들이 창조적인 경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매번 높은 공격 점유율을 바탕으로 우세한 경기를 펼친 스페인의 스타일과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이번 시즌 K리그 12경기에서 9실점, 제주와 함께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어 수비 조직력에서도 합격점을 받고 있다.

'유망주 발굴 전문가' 조광래 감독이 세대교체가 필요한 축구 대표팀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축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