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소프트웨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현실은 그리 밝지 못하다. 시장 규모가 전 세계 소프트웨어 시장의 1.5%에 불과한 데다 매출 100억원을 넘기는 소프트웨어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 19년간 해외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공세에 맞서 국내 기업용 소프트웨어 산업의 리더 역활을 해온 더존비즈온에 대한 업계의 시선은 각별하다. 그동안 천대받아온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격상되면서 더존비즈온의 성장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더존비즈온은 1991년 더존소프컴으로 출발했다. 당시만 해도 대다수 기업들이 정보기술(IT)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아 만족할 만한 성과를 보지 못했다. 더존은 기업의 세무기장 대리업무를 수행하는 세무회계사무소에 솔루션을 보급하며 기술력과 실용성을 인정받기 시작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사용하기 쉽고 편하다는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하면서 기업 수요도 증가했다. 지금은 세무회계 솔루션 시장의 90%를 점유할 정도로 확고부동한 기반을 자랑한다.

더존 세무회계 솔루션의 성공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으로 이어졌다. ERP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인 데다 외국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였지만 과감한 투자와 연구 · 개발(R&D)을 통해 국내 ERP 부문 1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었다. 더존의 ERP를 이용하는 기업 고객은 확장형 ERP 사용 고객 8500개사를 포함해 11만6000여사에 이른다. 국내 시장의 70%에 달하는 수치다.

김용우 대표는 "더존비즈온이 열악한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환경,2000년대 초반 벤처 거품 붕괴 등의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성장세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꾸준한 소프트웨어 개발에 있었다"며 "외산 솔루션을 수입해 보급하면 비용도 적고 마케팅이 편할 것이라는 유혹도 있었지만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개발 인력을 꾸준히 육성했다"고 말했다.

다각적 채널을 활용한 마케팅 역시 더존비즈온이 글로벌 IT 기업들의 맹공을 물리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더존비즈온은 자체 개발한 경영 솔루션을 고등학교,대학교 등에 무상으로 제공했다. 학생들은 더존비즈온 프로그램 교육을 통해 취업 기회를 얻을 수 있었고 더존비즈온은 자사의 프로그램을 노련하게 사용하는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더존디지털웨어는 소프트웨어 개발,제작,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는 점에서도 차별성을 확보했다. 국내 어떤 지역에 거주하는 고객이 문의해도 한 시간 안에 달려갈 수 있는 실시간 기동 서비스 시스템을 갖췄다.

지난해 말에는 11개 계열사 중 더존비즈온과 더존다스,더존디지털웨어 등 3개 주력 계열사를 합병했다. 이를 통해 분산된 R&D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판매와 마케팅을 일원화할 수 있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