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왜 우릴 끌어들이나" 발끈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은 17일 인터넷판에서 미국 애플 아이폰4의 `안테나 게이트' 논란을 둘러싼 CEO 스티브 잡스의 지난 16일(현지 시간) 긴급 기자회견에 대한 각계 반응을 소개했다.

이 잡지는 미국 언론매체들이 잡스의 회견을 생중계하며 큰 관심을 보인 가운데 IT 애널리스트들은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애플의 경쟁 업체들은 `발끈'한 반응을, 주요 언론들은 대체로 비판적인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포춘지는 아이폰4를 추천 제품에서 제외시켜 잡스의 긴급 기자회견을 초래하는 기폭제가 된 미국 컨슈머리포트의 경우 애플의 보다 장기적인 해결책을 기대한다며 현재로선 아이폰4를 추천 대상에 제외시킨 조치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IT 분석가들은 아이폰4 케이스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이 애플로선 최상의 시나리오이며 안테나 수신 불량 논란을 둘러싼 기자회견은 적절한 조치였다고 평가했다.

미국 주요 언론 중 뉴욕타임스는 많은 사람이 잡스가 스스로 잘못을 인정할 것을 기대했지만 잡스는 안테나 문제를 `마케팅 이벤트'로 변질시켰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잡스가 안테나 설계상의 하자에 대한 불만에 대응, 업계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변호했다고 전했다.

잡스는 기자회견에서 안테나 수신 문제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며 노키아와 블랙베리, 삼성 등 여타 스마트폰에 공통적인 현상이라면서 "이는 스마트폰 업계의 운명"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스마트폰 경쟁업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블랙베리로 북미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리서치인모션(RIM)은 잡스가 애플이 자초한 문제에 RIM을 끌어들인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애플의 주장은 안테나 디자인 문제에 대한 일반인의 이해를 왜곡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보통신 전문 블로그 '기즈모도'에 따르면 이 업체의 공동대표인 짐 발실리와 마이크 라자리디스는 이메일 성명에서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구입한 고객은 안테나 케이스가 필요없다"면서 "애플은 공연히 다른 업체를 연관시키지 말고 (아이폰4) 디자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울러 "RIM은 애플이 아이폰4에 이용한 디자인을 피하고, 수신율이 떨어지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혁신적인 디자인을 채택해왔다"고 강조했다.

노키아 역시 자사가 지금까지 외부 디자인보다 안테나 수신을 우선시해왔다면서 많은 인력과 시간을 투자해 사람들의 생활습관을 연구한 결과 내장형 안테나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고 반박했다.

모토로라의 산제이 자 공동대표도 "모든 휴대전화가 성능이 똑같다는 점을 암시하는 애플의 주장은 솔직하지 못한 태도"라며 "자체 조사결과 `드로이드X'는 아이폰4보다 고객들이 손으로 쥐었을 때 훨씬 더 뛰어난 감도를 보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연합뉴스) 김성용 특파원 k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