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경기 부양 효과를 두고 정부와 기업 간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여름 경기 회복론(Recovery Summer)'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섰다. 15일 미시간주 홀랜드시에서 열리는 LG화학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참석하는 것도 경기 부양 효과 덕분에 미국 경제가 탄탄한 회복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려는 취지다. 하지만 기업과 국민들의 평가는 곱지 않다. 재정을 쏟아붓고도 일자리를 늘리는 데 실패했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4일 CNN머니 보도에 따르면 재계를 대표하는 미 상공회의소는 홈페이지에서 오바마 정부 관리들이 핵심에서 벗어나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태만했다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세 부담 증가에 화난 기업인

기업인들은 오바마 정부의 경제정책이 불확실성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건강보험개혁과 탄소배출권거래제도(cap and trade) 등 오바마 정부의 핵심 개혁 법안이 결국 기업 부담 증가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는 상원 의결을 앞두고 있는 금융개혁 법안도 과잉 규제라는 점을 들어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았다. 기업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커지면 고용을 꺼리게 된다. 톰 도너휴 미 상공회의소 회장은 기업들이 직면한 불확실성을 강조하며 "과잉 규제가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공회의소는 세 부담을 낮추는 게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첩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 확대를 통한 경기 부양만으로는 경제는 살리지 못하고 자칫 재정적자만 키우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고용 실망으로 여론 악화

정부가 사회간접자본과 그린에너지 등에 재정을 쏟아붓고 있지만 고용 여건이 개선되지 못하면서 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방문하는 홀랜드 지역에는 4억7200만달러의 경기 부양자금이 투입됐다. 투자는 그린에너지 분야에 집중됐다. 문제는 당장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데 있다. 오히려 5월 기준 일자리가 1년 전에 비해 2000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역 실업률은 전국 평균보다 높은 12%이다.

일자리 창출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인기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조차 11월 중간선거에서 의회 다수당 자리를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파다하다. 최근 CBS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13%만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이 효과가 있다"고 답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40%로 한 달 전에 비해 5%포인트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블룸버그통신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 10명 중 7명이 "미국이 경기 후퇴 함정에 빠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 붙잡기 나선 오바마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현장을 찾아 여론 돌리기에 나섰다. 올 여름 대규모 재정 자금이 집행되면 미 경기 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점을 강조할 계획이다. 전날 백악관은 경기 부양책 덕분에 36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재정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경기 회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해당 지역 사례를 들어 알린다는 복안이다. 다급해진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을 만나 경제 현안을 논의했다. 이에 앞서 백악관은 기업들에 부담이 되는 각종 규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일자리가 대통령의 인기를 좌우할 것"이란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의 발언에 비춰볼 때 오바마 대통령의 민심 돌리기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볼지는 불투명하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