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에 사는 임신 6개월째인 회사원 왕룽은 조만간 캘리포니아로 석 달짜리 장기여행을 떠날 예정이다. 곧 태어날 아기에게 '생애 첫 특별 선물'을 주기 위해서다. 선물은 다름아닌 미국 시민권.왕룽은 "미국 원정출산 비용이 연 수입의 40%를 차지할 만큼 비싸지만 척박한 중국 교육 현실과 높아지고 있는 실업률 등을 감안하면 아이에게 주는 첫 선물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왕룽처럼 미국 원정출산을 떠나는 중국 화이트칼라 신세대 부부가 크게 늘고 있다고 중국 영자신문인 차이나데일리가 4일 보도했다. 중국인들이 미국 원정출산을 위해 치르는 비용은 약 10만위안(1만5000달러)에 달한다. 이는 중국 내 출산 비용보다 몇 배나 비싸지만 베이징 상하이 항저우 등 주로 대도시에 거주하는 신세대 고액 연봉 커플들에게는 감당할 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들이 미국 원정출산을 통해 기대하는 가장 큰 혜택은 미국 영토에서 태어난 아이에게 자동으로 부여되는 시민권과 시민권자에게 주어지는 질 높은 교육 혜택이다. 중국 내 한 원정출산 대행사 관계자인 장펑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최소한 공립대학에 갈 수 있는데,중국 대학보다 교육비가 싸고 교육 수준도 훨씬 우수하다"고 말했다. 일부 원정출산족은 중국 정부의 '1가구 1자녀' 정책을 피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장펑은 지난달에만 50쌍의 원정출산을 도왔으며,매달 이 숫자가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에 대해 우캉핑 중국 런민대 교수(인구학)는 "원정출산족들이 중국과 미국 두 나라의 법률을 잘 지켜왔고,앞으로도 이 룰을 어기지 않는 한 미국 원정출산 붐을 막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원정출산족들이 미국에서 낳는 아기는 연간 4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