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가지수 선물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주목된다. 개장 2개월 반 만에 거래대금 기준으로 국내 지수선물시장을 거의 따라잡았다. 중국 정부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도 지수선물 거래를 허용할 방침이어서 아시아 시장에서 차지해 온 한국 선물시장의 위상에 빨간 불이 켜졌다.

2일 한화증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 CSI300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한국은행 고시 환율 기준으로 약 40조8400억원에 달했다. 이 기간 코스피200선물의 하루 평균 거래액 41조8250억원과는 불과 2.3% 차이다.

CSI300선물은 중국 본토의 내국인 전용 시장인 A증시에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300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4월16일 거래를 시작했으며 첫 달 하루 평균 거래액은 19조9050억원에 그쳤다. 2개월 여 만에 규모가 두 배 이상으로 커진 것이다. 첫날 5만계약이었던 거래량도 지난달 하루 평균 28만계약으로 다섯 배 이상 급성장했다. 조만간 한국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CSI300선물 시장의 고성장에 대해 예상 밖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현재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참여가 허용되지 않는 등 거래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개인투자자라도 기존 선물 시장에서 거래 경험이 있는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증거금은 50만위안(약 9000만원)으로 코스피200선물(1500만원)의 여섯 배에 달한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한국이 지수선물에 쏠려 있다면 중국은 기본적인 상품선물 시장이 잘 발달해 있다"며 "선물 투자에 익숙한 개인투자자들이 유입되면서 지수선물이 빠르게 정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종별 대표주로 구성된 코스피200선물과 달리 CSI300선물은 시총 기준 대형주로만 구성돼 변동성이 큰 것이 특징이다.

문제는 국내 선물 시장을 대표하는 코스피200선물 시장이 중국시장 성장세에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지난 5월 베이징에서 열린 미 · 중전략경제대화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도 지수선물 시장 투자를 허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승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국내 지수선물 시장의 약 30%를 차지하는 외국인이 중국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며 "중국에서 차익거래가 활성화되면 국내 시장이 받는 타격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이 주로 국내 선물 시장에서 헤지하고 있지만 중국 시장이 열리면 현물 바스켓을 일치시키기 위해 CSI300선물 시장으로 대거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