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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민선5기 지자체 출범에 거는 기대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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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선 5기 지방자치단체가 오늘 공식 출범한다. 전국 246개 광역 · 기초 지자체장과 지방의회 의원들이 4년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지역발전을 위한 새로운 지방행정에 당연한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지난 6 · 2지방선거를 통해 상당수 지방정부의 권력이 교체됨으로써 그들의 소속 정당 노선에 따라 중앙정부와 대립을 빚을 경우 지방행정의 혼선이 우려되는 실정이고 보면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교체된 지자체장들 중에는 기존 사업조차 중단하거나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선 사례가 적지 않다. 의정부 경전철 같은 사업은 공사가 이미 절반 이상 진척됐지만 중단될 상황에 처했다. 김포 경전철과 광주광역시의 도시철도 2호선 사업도 당초 계획을 재검토할 가능성이 커져 자칫 장기 표류가 우려된다. 인천 굴업도 개발은 사업자가 관광단지 지정 신청까지 낸 상태에서 새 시장의 골프장 건설 반대로 결국 사업을 포기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주요 국책사업들까지 흔들리는 형국이다. 야당 소속 지자체장들이 4대강 사업을 계속 압박하고 있는 데 이어 경인아라뱃길사업(경인운하)도 운하사업의 전초전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장은 기업으로 따지면 최고경영자(CEO)다. 이념을 앞세운 정치적 행위보다는 지역경제의 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최우선적 책무이다. 지자체의 지방채 잔액은 지난해 말 25조5331억원에 달하고,이들의 자회사 격인 387개 지방공기업의 누적부채도 2008년 말 47조3200억원이나 된다. 지자체들이 올해 정부 총지출(292조8000억원)의 25%에 해당하는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지자체 경영이 얼마나 방만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무엇보다 지방행정의 효율을 높이고 재정자립도를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가 아닐 수 없다.

    자칫 중앙정부와의 대립과 갈등으로 지방행정 및 주요 국책사업의 차질과 혼선이 빚어지면 결국 지역주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점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나아가 지난 4년간 기초단체장 230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부정과 비리로 사법처리된 사실 또한 반드시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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