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조경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아파트에 꼭 있는 '진경산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재현해내는 것이 포인트..무인자동화시스템은 '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미아 래미안 트리베라, 일산 자이 위시티..

단지 조경이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이들 단지에 가보면 한가지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기암괴석, 분재, 이끼 등의 소재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해놓은 석산인 ‘진경산수’다.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에 선보이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진경산수’는 이제 고품격 단지를 지향하는 아파트라면 빼놓지 않고 설치되는 특화 조경으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단지 조경계의 핫 트렌드로 뜨고 있는 ‘진경산수’를 처음 생각해낸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조경업체 ‘청람’의 이종남 대표다. 진경산수 제작과정을 특허출원해 현재 단지 조경에 석산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웬만한 건설업체 조경팀에서 그를 모르면 간첩이라 부를 정도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지난 22일 저녁 6시 30분, 과천시 주암동 과천플라워가든센터에 자리잡은 ‘청람’ 본사에서 이종남 대표를 만나 '진경산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조경사업을 시작한 것은 언제인가?
지난 2004년이다. LG전자에서 20여년간 자동화 설비 관련된 업무를 맡아 하다가 퇴직을 하면서 조경 사업에 발을 딛게 됐다. 조경 사업을 시작한지 이제 6년 정도로 조경업계 관계자들은 나를 잘 모르다.

-자동화 설비와 조경? 서로 연관성이 없어보이는데, 어떻게 조경사업을 하게 됐나?
워낙 자연을 좋아해서 회사생활을 하는 20년동안 사내에서 등산회, 수석회 등 산, 돌과 관련된 동호회에 참여하면서 이쪽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갖게 됐다. 그러던 중 퇴직을 하면서 내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일을 하면 좋겠다라고 생각돼 조경사업에 눈을 돌리게 됐다.

그런데 조경시장, 즉 식물을 사고파는 시장을 살펴보니 참 아이러니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나무와 꽃들을 집에 가져다놓고도 실제 1년이 못돼 죽이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갖추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을 주는 시기를 몰라 죽이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사람들이 일일이 물을 주지 않고 자동으로 물을 주는 ‘조경자동화급수장치’였다. 자동화 시스템은 회사생활 내내 해왔던 일이어서 조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분야지만 나한테는 가장 쉬운 일이었다.

이 시스템을 개발해 특허출원을 하면서 정식으로 조경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그럼 조경 자동화 급수장치 개발 이후, 바로 시작한 사업이 ‘진경산수’인가?
그런건 아니다. 처음에는 자동화시스템을 접목해 집을 1년 이상 비워놔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베란다 조경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사업 초기에는 공사 의뢰가 많이 들어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에 부딛혔다. 사업적 규모가 크지 않다보니 다른 돌파구가 필요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바로 석산인 ‘진경산수’다. 진경산수의 공정 전체를 다시 개발해 2008년 11월 특허출원하면서 석산 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진경산수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축소재현해 자연의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지며 식물 성장 유지에 필요한 최적의 조건을 무인자동화시스템으로 시공해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장 처음 ‘진경산수’가 설치된 곳은 어디인가?
첫 석산이 설치된 곳은 롯데호텔 소공동 현관 입구 실내다. 이곳에 작게 설치된 석산이 호응이 좋자 3층 연회장 외부공간에도 연출해달라고 의뢰가 들어와 폭포시설을 갖춘 석산인 ‘진경산수’를 꾸미게 됐다.

-아파트 단지로는 어디가 처음인가?
롯데호텔 공사로 롯데와 인연이 돼서 동탄 롯데캐슬에 아파트 단지 조경으로는 처음으로 설치하게 됐고 그 다음이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다. 반포 래미안에 작업한 석산인 ‘만물상’이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다른 단지에서도 연속적으로 공사 의뢰가 이어져왔다.

얼마전에 일산 자이 위시티 2블럭에 작품을 끝내고 현재는 산본 래미안 단지 내에 사인암을 모티브로 한 ‘진경산수’를 공사중에 있다.

-지금까지 만든 작품이 아주 많을 텐데. 그 가운데 가장 애착이 가는 곳이 있다면?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와 ‘일산 자이 위시티’다. 반포 래미안은 사업이 번창해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게 해준 작품이란 점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는 작품이고 일산 자이는 역대 작품 중 가장 규모도 크고 내가 가진 생각을 많이 반영해 제작해 애착이 간다.

-작품을 만드는데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무엇인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연출해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석산에 사용되는 모든 소재도 인공소재가 아닌 천연 소재를 사용한다.

석산을 제작하는데 필요한 소재는 크게 기암골석, 미니어처 분재형 식물, 이끼 등 크게 3가지가 사용되는데 기암골석도 자연 그대로 풍화와 마모된 돌을 중국 운남성 산골짜기에서 그대로 들여와 연출을 하고 있고 이끼는 직접 생산 설비를 갖추고 생육해 사용하고 있다.

큰 산을 축소해서 가져다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기 위해 돌 하나를 배치하는데도 심혈을 기울인다. 특히 금강산, 설악산, 사인암 등 실제 존재하는 우리나라의 산수를 적용해 만들고 있어 이 산봉우리들의 특성을 살려 돌을 배치하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돌을 배치할 때는 다른 공정보다 가장 신경이 많이 쓰이고 집중력을 필요로 한다.

-진경산수가 무인자동화시스템이라고 했는데, 그럼 따로 유지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나?
그렇진 않다. 식물은 자라기 때문에 전지 관리를 해줘야 하고, 병충해 관리도 해줘야 한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필요한 유지관리 매뉴얼을 직접 만들어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유지관리가 잘 이뤄지지 않는 곳이 많지는 않은 실정이다.

때문에 유지관리 계약을 1년 단위로 맺고 사전 예방적 순환점검을 하고 있다. 처음 모습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기 때문에 유지 관리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하고 있다.

-석산 제작 비용, 꽤 나갈거 같은데. 가격은 어느 정도인가?
현장마다 계약조건이 다르지만 보통 바닥면적 기준, ㎡당 180만원선이다. 규모가 200㎡인 경우가 일반적이어서 4~5억원짜리 공사가 많다. 일산 자이 위시티에 설치된 석산이 가장 큰 것으로 그곳의 공사비는 약 20억원 정도다.

-아파트 단지 조경 외에도 석산 의뢰가 많이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두바이와 소련 모스크바와 미국 캘리포니아 등 해외에서도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 최근 해외에서 한국적 조경을 원하는 곳이 많아 의뢰가 들어오고 있는데, 아직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곳은 아직 없다.

-석산인 진경산수 외에 또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지?
있다. 이끼로만 정원을 만들어볼 생각이다. 이끼는 습지식물이어서 햇빛에 잘 살지 못하는 종자가 많은데 의외로 햇빛에서 잘 살아가는 종자도 있다. 현재 햇빛에서 잘 살 수 있는 종자를 개발하고 있다. 일본에는 이미 이런 종자가 개발돼 생산되고 있으며 이런 이끼를 이용해 멋진 작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앞으로 일본과 기술제휴를 통해 이끼 정원을 만들어 볼 계획이다.

특히 최근 옥상정원을 많이 만드는데, 옥상에 나무가 아닌 이끼정원으로 차별화된 정원을 선보이려고 한다. 이끼는 음이온이 발생돼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주는 유익한 식물인만큼 햇빛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끼 품종을 개발해 이끼정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한경닷컴 이유선 기자 yu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