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와 함께 강남권의 대표적 중층 재건축 추진 단지로 꼽혀온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가 정밀안전진단에서 조건부 재건축 판정을 받았다. 이로써 안전진단 절차로 4년여 동안 지연돼온 재건축 사업에도 탄력이 붙게됐다.

◆재건축 첫단추 안전진단 통과

서울시 송파구는 한국건설안전기술원의 안전진단 결과를 토대로 심의한 결과 잠실주공5단지가 조건부 재건축 대상인 D등급으로 판정됐다고 28일 밝혔다. 조건부 재건축은 건물이 낡아 재건축을 진행할 수 있다는 것으로 시 · 도지사나 구청장의 시기 조정을 거쳐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송파구 관계자는 "다음 달부터 조합설립인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내년에 사업시행인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연내 사업계획안과 주민들이 내야 하는 추가분담금 등을 확정할 계획이다.

추진위는 2012년 이주 및 착공에 들어가 2015년 하반기엔 입주가 가능할 것으로 설명했다.

1978년 준공된 잠실주공5단지는 34만6500㎡ 부지에 15층 30개동,3930채가 건립돼 있다. 추진위 측은 현재 138%인 용적률을 300%로 높여 최고 70층 높이 20개동 9800여채로 짓는다는 계획이다. 김우기 추진위원장은 "사업이 원만하게 추진되면 주민 대부분이 추가분담금 없이 새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2일 통과된 제2롯데월드 신축 계획에 잠실주공5단지 안전진단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 부동산 시장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잠실동 박준공인 관계자는 "오전부터 매수자와 매도자들의 문의가 잇따랐다"며 "이달 초에 비해 113~119㎡형은 5000만~6000만원 정도 호가가 올랐다"고 전했다.

◆사업 순항 여부 지켜봐야

재건축 방식과 사업성 등을 둘러싼 일부 주민들과 추진위 간 갈등이 해소되지 않아 사업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현행 방식의 재건축 사업을 반대하는 입주자대표회의나 부녀회 등의 반대가 거세 주민동의 75% 요건을 갖춰야 하는 조합설립인가 자체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치동 은마아파트도 올해 초 안전진단이 통과됐지만 주민 갈등 표출로 아직 조합인가를 받지 못했다"며 "부동산 경기나 사업계획에 따라 추진 속도가 좌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업계획안이 추진위 구상대로 확정될지도 변수다.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변을 초고층 단지로 개발하는 서울시의 '한강 공공성 회복' 프로젝트에 따라 잠실지구로 묶인 곳이어서 개발계획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서울시는 오는 10~11월께 잠실지구의 개발계획안을 수립할 계획이다. 시 건축기획과 관계자는 "잠실주공5단지는 한강 공공성 프로젝트의 구상안과 맞물려 개발돼야 한다"며 "주민들이 원하는 사업계획안대로 사업이 추진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선/이승우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