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루마니아가 부가가치세(VAT) 인상이라는 카드를 빼들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00억유로(약 30조원)의 긴급 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다. 부가가치세 인상에 따라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의 이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에밀 보크 루마니아 총리는 26일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7.2%에 달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부가세를 현행 19%에서 24%로 인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보크 총리는 "부가세 인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이를 통해 올해 35억~40억레우(약 1조2000억~1조4000억원)의 재정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부가세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초래한다. 상품과 서비스에 매기는 세금인 부가세가 인상되면 그만큼 생필품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루마니아의 물가상승률은 5.6%에 달해 유렵연합(EU) 평균인 1%를 훨씬 초과했다. 인플레이션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부가세 인상 계획을 밝힌 것은 그만큼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루마니아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소비 침체로 지난해 GDP 성장률이 -7.1%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나타냈다. 올해 1분기 GDP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감소하는 등 경제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올 들어 네 번이나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경기는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재정적자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루마니아의 재정적자는 GDP 대비 8.3%에 달했고 올해도 7.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EU의 권고치 3%를 훨씬 웃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부가가치세 인상 조치가 위축된 루마니아 경제성장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