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선수들의 승부차기 습성을 지켜보고 있다"
흔히 '11m의 러시안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 한번의 실수가 패배를 부르는 피말리는 순간인 만큼 선수의 담력과 성격이 고스란히 드러나게 마련이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사상 첫 16강 진출의 쾌거를 이끈 허정무(55)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루과이와 16강전(한국시간 26일 오후 11시)을 앞두고 전술 마련에 고심하는 가운데 승리의 '마지막 카드'인 승부차기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16강전을 이틀 앞둔 지난 24일 축구대표팀은 루스텐버그 올림피아 파크 스타디움에서 치러진 훈련 막판에 14명의 선수를 대상으로 승부차기 훈련을 실시했다.

골키퍼는 이운재(수원)뿐 아니라 정성룡(성남)과 깅영광(울산)까지 모두 나섰다.

허 감독은 나이지리아전이 끝난 이튿날 대표팀 소집훈련 이후 처음으로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조별리그를 끝낸 이후 16강전에 대비한 필수 훈련이었다.

첫 승부차기 훈련에선 8명의 선수가 나섰지만 이날만큼은 14명을 가동했고, 허 감독은 선수별 승부차기 특성을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

전날 승부차기 훈련에서 빠졌던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가장 먼저 키커로 나섰고, 연이어 차두리(볼프스부르크)와 이영표(알 힐랄), 이정수(가시마), 기성용(셀틱), 이청용(볼턴), 박주영(모나코), 김정우(광주상무), 염기훈(수원), 조용형(제주), 오범석(울산) 등 11명이 차례로 슛을 시도했다.

비록 연습이지만 선수들은 긴장했는지 박지성을 비롯해 차두리, 이영표, 이정수가 모두 골키퍼에 막히면서 한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한 차례 순서가 돌고 나서 이번에는 이동국(전북), 안정환(다롄스더), 김재성(포항)이 가세해 총 14명이 훈련에 나섰다.

허정무 감독은 이영표와 조용형은 두 번째 시도에서도 실패하자 한 차례 더 차게 했다.

조용형은 두 번째 시도에서도 실축했고, 결국 세 차례 시도 만에 골을 넣어 머쓱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할 정도로 우루과이의 전력이 강하다고 하지만 태극전사들 역시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사기가 충천해 박빙의 혈투가 점쳐지는 만큼 무승부로 120분 혈투가 끝나면 결국 승부차기로 8강 진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허정무 감독은 승부차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신중하게 최적의 승부차기 요원 추리기에 나섰다.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마지막으로 승부차기에 나섰던 것은 지난 2007년 아시안컵이다.

당시 한국은 8강전에서 이란과 득점 없이 비기고 나서 승부차기 4-2 승리로 준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에서도 이라크와 승부를 내지 못한 대표팀은 승부차기 3-4 패배로 결승진출에 실패했고, 3-4위전에 나선 대표팀은 일본과 비기면서 끝내 승부차기 6-5 승리로 3위를 차지했다.

허 감독은 "승부차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특성을 모두 기억해 최적의 순서를 결정해야 한다"며 "훈련 때 골을 못 넣는 선수는 승부차기에 내보낼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승부차기 훈련에 나선 선수들도 솔직한 부담감을 내비쳤다.

이청용(볼턴)은 "승부차기를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실축은 엄청난 결과를 불러올 수 있아서 연습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2007년 아시안컵 준결승 이라크전 승부차기에서 4번 키커로 나서 실축했던 쓰린 기억을 가진 염기훈(수원)도 "당시 실수 이후 승부차기에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는 속내를 밝혔다.

(루스텐버그=연합뉴스)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