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쉬어가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23일 오전 11시3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0.29% 내린 1726.38을 기록하며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지수는 지난 21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으나 이후 연이틀 약세를 보이는 숨고르기 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상승에 따라 가격 부담이 커져 단기적으로 쉬어가는 흐름이 좀 더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코스피 지수 종가(1731)와 4월 기록한 52주 최고가 고점의 괴리율은 1.5%에 불과해, 코스피 지수는 장기 박스권의 고점 부근까지 올라온 상태다.

아울러 유럽 재정위기 이슈와 관련 긴장이 언제든 다시 고조될 수 있고, 중국 위안화 절상의 실효 역시 기대만큼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세계 증시 대비 한국증시의) 상대적인 가격 메리트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은 속도조절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업종별 전략보다는 단기 상승 탄력이 컸던 종목들에 대한 차익 실현 후 재매수 기회를 노리는 시장 접근을 권한다"고 조언했다.

엄태웅 부국증권 애널리스트 역시 "현 시점이 유럽 재정위기 완화, 중국 소비경제 성장 가시화, 2분기 기업실적 발표시기 도래 등 여러 호재가 있는 만큼 박스권 상단돌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당분간은 추격매수 보다는 단기 조정을 겨냥한 전략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급상 외국인 매수세가 이틀째 매도 우위를 나타내고 있고, 주식형펀드 환매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1일까지 ETF(상장지수펀드)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거래일 기준 이틀만 빼놓고 전거래일 자금 유출이 나타났다. 이 기간 1조737억원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일각에서는 외국인이 이후에도 적극적인 매수세를 나타내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 매수세가 미국 등 선진국 경제와 증시 향방에 민감한 흐름을 보였다는 점에 비춰 이후에도 다소 정체된 흐름을 보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관점 코스피 지수는 주가수준 뿐 아니라 환율의 변화도 중요하다"며 "원·달러 환율 흐름을 감안한 코스피 지수 가격 수준은 경기선인 120일 이동평균선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적극적인 추가 매수에 나서기는 어려워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증시가 숨을 고르며 에너지 비축 과정을 거친 이후 재상승을 이끌 동력으로 역시 '실적'을 꼽았다. 2분기 실적 개선 전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EPS(주당순이익) 증가율이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가면서 다소 둔화되는 움직임을 보여 다음달 기업실적 발표 시 3분기 실적에 대한 확신을 얻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양종금증권에 따르면 현재 한국 증시는 기업이익 개선세를 증시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상태로 판단된다.

이전 시가총액 고점인 2007년 12월을 기준으로 현재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한국과 신흥국가 증시의 12개월 예상 EPS(주당순이익)은 당시의 각각 127%, 97%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은 당시의 각각 75%, 84% 수준에 그치고 있다.

황금단 삼성증권 책임연구위원은 "코스피 지수가 해외 증시와 보조를 맞추며 전 고점을 돌파하는 상승 시도를 펼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며 "추가 상승의 에너지를 응집하기에는 실적 호전만 한 재료가 없고, 시장 대응 측면에서는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선(先)반영되는 시기에 실적 호전주를 공략하는 것이 낫고, 실제 실적발표 시점에서는 차익실현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진단했다.

지난 1월과 4월의 선례에 비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실적 실적 발표 시기 초기에 형성된 후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된 후에는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며 지수가 밀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김 팀장 역시 "코스피 지수가 작년 8월 이후 유지되고 있는 박스권의 상단을 돌파하는 시기는 기업실적 발표가 본격화될 다음달 중순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