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 한번..대∼한민국"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태극전사들이 월드컵 출전 사상 처음으로 원정 16강 진출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23일 전국 곳곳에서는 12번째 태극전사인 '붉은 악마'들의 뜨거운 응원전이 펼쳐졌다.

이날 전국 62곳에서 열린 거리응원전에는 이른 새벽시간임에도 50만1천800명(경찰 추산)의 붉은 악마가 참여했다.

붉은 악마들은 전날 밤부터 전국의 주요 거리응원 장소에 일찌감치 모여들어 태극전사들의 승리를 염원하면서 밤새도록 '대∼한민국'을 외쳤다.

밤잠을 잊은 채 응원에 나섰던 붉은 악마들은 이제 내친김에 '8강에 이어 4강까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다시 한번 이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않고 응원을 이어갔다.

이날 전반전 시작 12분만에 나이지리아의 칼루 우체에게 선제골을 내줄 때 만해도 곳곳의 응원장에서는 아쉬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태극전사들이 나이지리아를 밀어붙이면서 꾸준히 역습을 펼친 끝에 전반 38분에 기성용의 프리킥을 이정수가 동점골로 연결시키고 후반전 4분만에 박주영이 역전골을 터뜨리자 전국은 온통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대표적인 응원 장소인 서울광장에는 8만여명이 운집해 인근 태평로와 프라자호텔 앞 도로가 모두 통제될 정도였다.

새로운 거리응원 명소로 떠오른 한강공원 반포지구에 7만명이 들어찼고, 코엑스 앞 영동대로에도 양방향 전 차로가 통제된 가운데 6만명이 모이는 등 서울에만 26만8천명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부산의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서만 3만5천여명이 모여 밤을 지새우면서 태극전사를 힘차게 응원했다.

응원단은 밤 늦은 시간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각종 응원도구를 흔들며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했으며, 대형 태극기가 등장하자 응원 열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또 인근 광안리해수욕장에도 1만여명의 시민이 모여 열띤 응원전을 벌이는 등 이날 새벽 부산에서만 10만여명이 응원전에 뛰어들었다.

경기도의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1만2천명, 안양종합운동장에 1만명, 안산 와∼스타디움에 7천명 등 경기도내 11개소에서 3만6천여명(경찰 추산)이 붉은 악마로 변신했다.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전날 오후 11시부터 붉은 옷을 입은 시민들이 입장해 탭 댄스단에 맞춰 경기전부터 흥을 돋웠고 안양종합운동장에는 육상트랙을 가득 메운 붉은 악마들이 경기 장면마다 환호와 탄식을 교차하며 '대∼한민국'을 외쳤다.

전북지역은 붉은악마 전주지회가 공식 응원장소로 정한 익산시 원광대 문화체육관에 3천여명, 전주월드컵경기장에 4천여명의 인파가 몰린 것을 비롯해 도내 3곳에서 1만여명이 모여 거리응원전을 벌였다.

제주도에서는 제주시 한라체육관에서 도민 5천여명이 모여 열띤 응원을 펼쳤고, 제주시청 등지에서도 거리와 식당 등에서 도민 수백명이 TV 앞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지켜봤다.

제주시는 당초 나이지리아전이 새벽시간에 열려 응원전을 계획하지 않았지만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로 그 어느 때보다 시민들의 응원열기와 관심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해 응원전을 마련한 것.
특히 이날 제주 서귀포고 출신인 국가대표팀 수문장 정성룡 선수가 선방할 때마다 큰 박수가 터져 나왔고 도민들은 '정성룡'을 연호하며 힘을 실어줬다.

거리응원 외에도 호프집, 포장마차 등 시민들이 모인 장소에서는 즉석 응원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또 평상시라면 모두 잠들어 있을 시내 각 아파트 단지들도 불을 밝힌 채 TV를 통해 경기를 지켜보며 동이 틀 때까지 태극전사들을 응원했다.

일부 시민들은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에 일어나 응원하기도 했다.

서정호(39.회사원)씨는 "회사에서 일하는 것도 걱정이지만 16강 진출을 바라며 태극전사들을 응원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밤을 샜다"고 말했다.

캡틴 박지성의 모교인 수원공고 대강당에서는 학생과 교사 100여명이 학교응원단 '유니콘스'의 율동에 맞춰 응원전을 펼쳤고 16강 진출을 확정짓자 '박짱'을 연호했다.

수원공고 축구부 1학년 박진 군은 "박지성 선배가 활발한 움직임으로 패스를 원활히 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무척 감격스럽다"며 "16강 전에서도 박지성 선배가 더 빛나는 활약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시 중앙동 평화상가 한일기원에서는 밤을 새워 바둑을 둔 회원 20여명이 함께 경기를 관전하며 응원에 몰입하기도 했다.

기원 주인 이남희(55)씨는 "바둑을 좋아하는 애기가들이지만 축구를 더욱 더 사랑해 16강 진출을 염원하며 밤을 새웠다"고 말하고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잘해줘 고맙다"며 덩실덩실 춤을 췄다.

경남의 통합 창원시청 앞 광장을 비롯해 전국 곳곳의 도로에서는 자동차 본닛에 대형 태극기를 부착하거나 오토바이 등에 태극기를 단 시민들이 경적소리로 "대.한.민.국"을 울리며 질주하는 등 사상 첫 원정 16강 진출을 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강원 춘천시 송암스포츠 타운에도 이날 오전 3시10분부터 1천명이 나와 열띤 거리응원을 펼쳤으며
춘천시 중앙로타리에도 50여명 가량이 모여 강원일보 전광판에 통해 중계되는 경기를 시청하며 응원했다.

춘천지역 해장국집이 밀집한 춘천 남부시장 앞에는 응원에 나섰던 시민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때아닌 만원사례를 연출하기도 했다.

(전국종합연합뉴스) 장영은 기자 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