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이틀째 약세를 이어가자 연기금이 다시 나섰다. 전반적인 투자심리 악화에도 '증시 버팀목'으로 나선 연기금 덕분에 23일 코스피지수는 5.66포인트(-0.33%) 떨어진 1725.82로 마감했다.

전날 뉴욕증시가 주택 판매 부진으로 1% 이상 하락하면서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코스피지수는 장 초반부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이 이날 하루 323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이틀째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762억원)은 순매수하며 낙폭을 좁혔다.

특히 이날 지수를 방어한 일등공신은 연기금이었다. 연기금은 전날 1190억원을 사들인 데 이어 이날 1063억원을 집행하는 등 나흘째 순매수에 나섰다. 주가가 떨어질 때마다 주식을 사들이며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 온 연기금이 이번에도 전면에 나선 것이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틀 연속 증시가 숨고르기에 들어가면서 연기금이 저가 매수 전략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은 해외 악재 때문에 저평가받고 있을 뿐 장기적으로는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리 인상이 예상되면서 채권 투자 매력이 떨어진 데다 부동산도 수익성이 떨어져 연기금들이 주식시장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민연금이 주식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월말과 분기말이 다가오면서 연기금들이 자금 집행 목표치를 채우고 있다"며 "그동안 보수적인 시각에서 주식을 많이 담지 않았는데 주가가 최근 계속 올라 단기 조정받을 때 사자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기금이 정보기술(IT) 자동차 등 기존 주도주 대신 포스코 현대제철 두산중공업 웅진코웨이 등 중국 관련주를 사들이고 있는 것도 주목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시즌이 다가오는 데다 위안화 절상 얘기가 나오면서 당분간 중국 관련주가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돼 포트폴리오 내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김유미/강지연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