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음악학자 엔조 아마토는 2000년 5월 나폴리 음악학교 문서보관소에서 모차르트의 '진혼미사'와 흡사한 파스콸레 안포시의 악보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그는 안포시의 것이 16년 먼저 작곡됐다는 점을 들어 모차르트가 안포시를 표절했을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표절엔 장르가 따로 없다. 1981년 봄 국전(國展) 건축부문 대상작 '아키토피아'(박홍)는 3년 뒤 일본 대학생 작품을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MBC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김보영)은 표절 시비로 법원까지 간 끝에 패소하고 작가는 한국방송작가협회에서 제명당했다.

그런데도 TV엔 여전히 출연 배우만 바뀌었다 싶은 드라마 투성이다. 미술품의 경우 외국작품은 물론 국내작품과 비슷한 것도 흔하다. 가요는 더하다. 김민종은 '귀천도애' 표절 문제로 가요계 은퇴를 선언했었고,신인 남성그룹 씨엔블루(CNBLUE)의 '외톨이야'는 같은 일로 소송 중이다.

이번엔 가수 이효리의 4집 앨범 'H-로직'14곡 중 6곡이 외국곡을 무단도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것도 멜로디 일부를 차용한 정도가 아니라 노래 전체를 그대로 베낀 번안곡 수준이라는 마당이다.

반응은 둘로 나뉜다. 작곡가의 곡을 받은 만큼 이효리 역시 피해자라는 쪽과 이효리가 프로듀서임을 자처한데다 표절 논란 이후에도 계속 활동한 만큼 일방적 피해자인양 하는 건 온당하지 않다는 쪽이다.

이효리측 주장처럼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소속사와의 관계를 감안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그렇더라도 의구심은 남는다. 이효리에겐 팬이 많다. 섹시하면서도 서글서글한 이미지를 지닌데다 예능프로그램에 출연,내숭 떨지 않고 매사에 솔직담백하게 행동한 까닭이다.

그런 그가 작곡가에게 속았다며 발뺌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가요계 표절이 근절되지 않는데 대한 분석은 많다. 친고죄인 만큼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고,일이 터져도 소송까지 가는 일은 적은데다 곡의 수요층인 팬클럽이 감싸기도 하는 탓이라는 것이다.

'소문 사흘 안간다'는 식의 도덕불감증에 지나치게 관대한 분위기가 더해져 표절을 키운다는 얘기다. 이러니 아예 적당히 베끼라는 제작자들이 있다는 말까지 나돈다. 표절은 도둑질이다. 결과가 돈과 유명세로 이어질 땐 더 그렇다. 표절에 대한 확실한 대책과 책임 추궁 없이 문화강국은 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