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비아 '호주 너를 이겨야 16강'

특별취재팀 = 아프리카의 '검은 별' 가나가 2006년 독일월드컵에 이어 2회 연속 16강 고지를 밟을 수 있을까.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열린 남아공월드컵에서는 애초 아프리카 팀의 돌풍이 예상됐으나 조별리그 2차전까지 치른 21일(한국시간) 현재 가나만 유일하게 승리를 맛봤다.

가나가 1승1무로 첫 승을 거둔 가운데 다른 5개 아프리카 국가는 1무1패나 2패로 16강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자칫하다가는 남아공월드컵이 16강부터는 주인공인 아프리카 국가가 빠진 가운데 손님들의 잔치로 전락할 상황이다.

D조에서는 가나가 살얼음 1위(승점 4점)를 달리는 가운데 독일과 세르비아가 나란히 1승1패로 2위(승점 3점)에 올라 있다.

한국 국가대표팀 사령탑 출신인 핌 베어벡 감독이 이끄는 호주는 1무1패(승점 1점)로 처져 있다.

하지만 어느 팀도 16강 진출이 확정되지 않아서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3차전 결과에 따라 두 팀은 웃고 나머지는 울게 된다.

가나는 24일 오전 3시30분 '전차군단' 독일과 힘겨운 일전을 치르며 호주도 같은 시간 세르비아와 자칫하면 이번 월드컵 마지막 경기가 될지 모르는 벼랑 끝 대결을 벌인다.

◇'아프리카 희망' 가나-전차군단 독일 정면 충돌
지난 14일 가나가 동유럽의 강호 세르비아를 1-0으로 격침하자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아프리카의 승리"라며 들썩였다.

이 경기에 결승골을 넣은 아사모아 기안(렌)은 "우리 뒤에는 언제나 아프리카인들이 있다.

그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감격했다.

비록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32위로 D조 4개 팀 중 최하위지만 세르비아에 승리한 데 이어 호주와 무승부로 16강 진출에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무릎 부상으로 대회에 결장한 마이클 에시엔(첼시)의 공백이 아쉽지만 골잡이 기안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기안은 이번 대회에서 세르비아, 호주와 경기에서 침착하게 페널티킥으로만 2골을 넣었으며 발과 머리를 가리지 않는 뛰어난 공격으로 상대팀 문전을 두드렸다.

가나와 맞붙을 전차 군단 독일의 16강 진출을 걱정하는 이는 대회 전만 해도 거의 없었다.

월드컵에서만 세 차례(1954, 1974, 1990년) 정상에 오르며 브라질(5회), 이탈리아(4회)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우승 경험이 있으며 준우승도 4회나 된다.

1차전에서 호주에 4-0 대승을 거둘 때만 해도 16강 진출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2차전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0-1로 일격을 당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독일이 월드컵 조별 예선에서 패하기는 1984년 멕시코 월드컵 이후 24년 만이었다.

월드컵 통산 최다 골에 도전하는 '헤딩 머신'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세르비아와 경기에서 퇴장당하는 바람에 가나와 경기에 뛸 수 없게 된 것이 큰 약점이다.

독일은 세르비아 경기에서 페널티킥 등 수차례 결정적인 찬스를 날렸던 루카스 포돌스키(쾰른)의 발끝에 운명을 걸었다.

◇세르비아, 베어벡 호주 꺾나
독일을 잡으면서 기사회생한 세르비아는 호주를 제물로 16강에 진출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럽 예선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조 1위로 통산 11번째 월드컵 본선에 오른 세르비아는 예상치 않게 가나에 덜미를 잡히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클로제가 퇴장당한 독일을 상대로 1-0 신승을 거두면서 되살아났다.

평균 신장 185㎝에 달하는 높은 수비벽이 장점으로 독일이나 가나보다 만만한 호주와 마지막 경기를 남겨 뒀다는 것이 위안이다.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히딩크의 마법'으로 16강에 올랐던 호주는 이번 대회 독일과 1차전에서 0-4로 지면서 약체로 평가됐다.

베어벡 감독은 이 경기 뒤 호주 언론으로부터 '바보'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

하지만 주축 선수 대부분이 유럽에서 뛰는 호주는 가나와 2차전 경기에서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였다.

1차전에 이어 또 한 번 퇴장 선수가 나왔으나 수적 열세에도 후반에 들어 가나의 골문에서 몇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해 밀로반 라예바츠 가나 감독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독일과 경기에서 퇴장당한 호주 간판 스트라이커 팀 케이힐(에버튼)이 세르비아와 경기에 돌아와 힘을 보태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