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월드컵 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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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대수(代數)학자 카르다노는 도박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보고 '질 수밖에 없는 게임'이란 결론을 내렸다. 적당히 즐기는 건 몰라도 상습적으로 해선 절대 안된다는 충고를 곁들이곤 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은 수십년간 노름에 빠져 가산을 탕진했고,아들까지 도박에 중독되고 말았다. 당대 최고의 수학자이자 의사,철학자로 이름을 날렸으면서도 '도박꾼''미치광이 천재' 등의 오명이 함께 따라다녔던 이유다.
도박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1600년께 이집트에 '타우'와 '세나트'란 도박이 있었고,고대 인도에서도 주사위 놀이가 유행했다고 한다. 성경에도 예수의 옷을 놓고 로마 병사들이 내기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클레로스'라는 제비뽑기로 시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도박 하면 중국을 으뜸으로 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 백제 개로왕은 고구려의 첩자 도림과 바둑을 두느라 국사를 게을리하다 나라를 망쳤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구한말 주한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는 '꼬레아 꼬레아니'란 저서에서 "한국인들은 선천적으로 도박에 대한 열정이 있는 듯하다. 생활 필수품조차도 내기로 구입하려 든다"고 썼다. 강원랜드가 북적이는 것이나,다양한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쉴새없이 개설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요즘 골프장에서 '뽑기'가 유행하는 것도 골프실력만 겨루는 것은 심심하니까 홀마다 운(運)을 시험하며 짜릿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남아공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팀의 경기 결과를 놓고 직장동료나 친구들 간에 내기를 많이 하고 있다. 전력 분석에 확률까지 계산하고도 검토를 거듭하는 현실형,무조건 한국 승리에 걸고 극적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자기도취형,스스로는 결정 못하고 남 눈치 봐가며 따라가는 의존형 등 유형도 가지가지란다. 그중 실속파는 한국이 지는 쪽에 걸고는 "이기면 이겨서 좋고,지면 돈을 따서 좋고"하며 흐뭇해한다나.
프랑스의 한 작가는 "축구는 일종의 치외법권처럼 수시로 물리법칙을 거스른다"고 했다. 승부를 도무지 점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이변의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펼쳐지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한국이 16강,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다시 써야 내기의 재미도 배가될 텐데….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도박의 역사는 길다. 기원전 1600년께 이집트에 '타우'와 '세나트'란 도박이 있었고,고대 인도에서도 주사위 놀이가 유행했다고 한다. 성경에도 예수의 옷을 놓고 로마 병사들이 내기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클레로스'라는 제비뽑기로 시민들에게 토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도박 하면 중국을 으뜸으로 치지만 우리도 만만치 않다. 백제 개로왕은 고구려의 첩자 도림과 바둑을 두느라 국사를 게을리하다 나라를 망쳤다고 '삼국사기'는 전한다. 구한말 주한 이탈리아 영사를 지낸 카를로 로제티는 '꼬레아 꼬레아니'란 저서에서 "한국인들은 선천적으로 도박에 대한 열정이 있는 듯하다. 생활 필수품조차도 내기로 구입하려 든다"고 썼다. 강원랜드가 북적이는 것이나,다양한 인터넷 도박사이트가 쉴새없이 개설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요즘 골프장에서 '뽑기'가 유행하는 것도 골프실력만 겨루는 것은 심심하니까 홀마다 운(運)을 시험하며 짜릿함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일 게다.
남아공월드컵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팀의 경기 결과를 놓고 직장동료나 친구들 간에 내기를 많이 하고 있다. 전력 분석에 확률까지 계산하고도 검토를 거듭하는 현실형,무조건 한국 승리에 걸고 극적인 순간이 오기를 기다리는 자기도취형,스스로는 결정 못하고 남 눈치 봐가며 따라가는 의존형 등 유형도 가지가지란다. 그중 실속파는 한국이 지는 쪽에 걸고는 "이기면 이겨서 좋고,지면 돈을 따서 좋고"하며 흐뭇해한다나.
프랑스의 한 작가는 "축구는 일종의 치외법권처럼 수시로 물리법칙을 거스른다"고 했다. 승부를 도무지 점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런 이변의 드라마가 심심치 않게 펼쳐지기 때문에 더 열광하는 게 아닐까. 그나저나 한국이 16강,8강을 넘어 4강 신화를 다시 써야 내기의 재미도 배가될 텐데….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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