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순환인사' 여부 13-14기 진퇴에 달려

`검사 스폰서' 의혹으로 개혁 요구에 직면한 검찰의 정기인사가 머지않아 단행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검찰 인사는 지난해 김준규 검찰총장의 취임(8.20)을 전후해 대폭으로 이뤄졌다가 지난 2월에는 중간간부 이하 평검사 위주로 흉내만 내는데 그쳤다.

검사 스폰서 파문 등으로 대내외적인 분위기 쇄신이 크게 요구되는데다 김 총장이 자신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이번에는 대대적인 인사폭풍이 불어닥칠 전망이다.

20일 법무부와 검찰 등에 따르면 이번 인사의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사법연수원 13∼14기로 구성된 고검장급 진용이 어떻게 재편되느냐다.

모두 9명(13기 6명, 14기 3명)인 고검장들이 전원 조직에 남는 상태에서 인사를 한다면 고위 간부들 간에 자리만 바뀌는 `순환인사'가 될 수밖에 없고, 일부의 용퇴가 있을 경우 승진을 통한 `전진인사'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인사권자의 최종 방침이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현재로서는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예단하기 힘들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순환인사를 점치는 쪽은 고검장들이 승진한지가 1년밖에 안됐고, 자리를 내놔야 할 특별한 하자가 없는데다, 검찰이 법원에 비해 너무 젊다는 점을 내세운다.

최근 1∼2년 사이 대규모 물갈이가 이어진 탓에 `원로급'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에서 또다시 큰 폭의 고위간부 인사를 하는 것이 적절하느냐는 인식이다.

반면 8월이면 김 총장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기 때문에 이번에 차기를 위한 어느 정도의 `교통정리'가 불가피하고,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는데는 인사보다 효율적인 방법이 없다는 점은 전진 배치의 명분이 된다.

통상 총장 자리를 놓고는 기수별로 2∼3명씩 두 기수에서 4∼5명이 유력하게 경합하는데 이번에 일부가 사퇴하면 13∼14기에서 자연스럽게 차기 총장 후보군이 형성되고 내년에 고참들의 대거 사직에 따른 조직의 부담도 줄어든다는 논리다.

인사권자가 돌을 내려놓기 쉽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는 것은 이처럼 양쪽 모두 장단점이 있기 때문인데, 순환인사 쪽으로 최종 가닥이 잡힌다면 자리를 서로 맞바꾸는 방식의 수평인사가 이뤄지게 된다.

이 경우 검찰의 최고 요직으로 꼽히는 `빅4'(서울중앙지검장, 대검찰청 공안부장ㆍ중앙수사부장, 법무부 검찰국장)는 부분적으로 유임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반면 전진 배치가 이뤄질 경우 많게는 10여개의 검사장급 이상 자리가 생기면서 15기의 고검장, 18기의 검사장 승진이 이뤄질 수 있다.

공석인 대전고검 차장과 `직무배제' 상태인 부산지검장 등 이미 두 자리의 인사 수요가 있는데다, 만약 고검장급에서 일부가 조직을 떠난다면 이는 즉각적인 연쇄반응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렇게 됐을 때에는 15기에서 최교일 검찰국장을 비롯한 1∼2명이 고검장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18기에서는 2∼3명이 `검사의 꽃'인 검사장 대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서울중앙지검의 오세인 2차장검사와 김주현 3차장, 강찬우 수원지검 1차장, 문무일 인천지검 1차장, 변찬우 서울동부지검 차장 등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부장검사급 인사는 서울중앙지검과 법무부 각 국을 비롯한 주요 부서의 대폭적인 교체가 예상되며, 전국에서 중요 사건이 가장 많은 서울중앙지검의 수사ㆍ공판 역량 강화에 포커스가 맞춰질 전망이다.

또 검찰 수사의 `패러다임 변화'를 꾀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특수ㆍ공안ㆍ기획 등 핵심 보직에서 경력을 쌓은 이른바 `○○통' 검사가 `전공 분야'에 대거 배치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인사 시기는 국회의 `검사 스폰서' 특별검사법 처리,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24일) 개최 등 변수로 인해 다소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서는 징계위가 예상보다 빨리 열리는 것이 `인사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로 읽히는데다 8월 특검 출범이 예정돼 있는 만큼 내달 중순을 전후해 이뤄질 것이라는 견해도 내놓는다.

검찰 관계자는 "검찰 인사는 법무부 장관 인사를 포함한 정부 개각과 청와대 수석비서진 개편, 특검 출범 등 숱한 외부 변수들과 얽혀있기 때문에 실제 어떻게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강건택 기자 z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