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코트디부아르 간판 공격수 디디에 드로그바(첼시)가 팔꿈치 부상에도 경기에 나서며 투혼을 발휘했지만 팀 승리를 이끌지 못해 컨디션에는 물음표를 남겼다.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조별리그 G조 코트디부아르와 포르투갈의 첫 경기가 펼쳐진 15일(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경기장.
0-0의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던 후반 21분, 머리를 뒤로 묶은 키 큰 사내가 경기장에 들어서자 관중들은 일제히 일어나 힘찬 박수를 보냈다.

경기 직전까지도 출전 여부를 두고 추측만 무성하던 드로그바가 부상을 딛고 경기에 나선 것이다.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무려 37골을 몰아치며 첼시의 더블(리그와 FA컵 우승)을 이끈 드로그바는 이번 월드컵을 화려하게 빛낼 공격수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월드컵 첫 경기를 불과 열흘 앞둔 지난 5일 일본과 평가전에서 오른쪽 팔꿈치 골절상을 입으면서 계획이 틀어졌다.

월드컵 출전이 무산될 수도 있는 큰 부상이 덮치면서 '죽음의 조'에 편성된 코트디부아르의 대회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웠다.

하지만 드로그바는 포기하지 않았다.

곧장 수술을 받고는 깁스를 한 채 훈련에 합류하며 출장 의지를 불태웠다.

다행히 회복이 예상보다 빨랐다.

스벤예란 에릭손 감독 등 코트디부아르 팀 관계자들도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상태"라고 거들면서 희망이 커져갔다.

직전까지 출전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가운데 국제축구연맹(FIFA)은 15일 경기를 앞두고 상대 선수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심판진과 포르투갈 팀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부목을 댄 채 출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그러나 에릭손 감독은 이날 선발 출장 명단에서 드로그바를 제외하는 신중한 선택을 내렸다.

벤치에 앉아 중요한 경기를 지켜보게 된 드로그바의 표정에서는 답답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게다가 팀이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하면서 드로그바의 안타까운 마음은 커져만 갔다.

코트디부아르는 좌우 측면을 효율적으로 공략하며 공격을 펼쳤지만 골잡이가 없다 보니 문전으로 올린 크로스는 슈팅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포르투갈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와 데쿠(첼시) 등을 앞세워 점차 주도권을 잡아나갔다.

전반 11분 호날두가 정면에서 날린 중거리슛이 왼쪽 골포스트에 맞고 튀어나오는 아찔한 순간이 나오자 드로그바는 머리를 감싸쥐고 괴로워하기도 했다.

후반 20분이 넘어가도록 골이 터지지 않자 에릭손 감독은 결국 드로그바를 교체 투입했다.

드로그바가 들어가면서 코트디부아르 공격은 잠시 활기를 찾는 듯했다.

하지만 열흘 만에 제 컨디션을 찾기에는 부상 여파가 너무 컸다.

드로그바는 부상 전만큼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며 상대를 위협하지 못했다.

후반 추가시간에는 포르투갈 골문 왼쪽에서 좋은 기회를 맞았으나 슈팅이 엉뚱한 방향으로 빗나가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잘못된 슈팅을 날리면서 넘어지는 와중에도 오른팔을 몸 안쪽으로 모아 구부리는 동작에서 부상의 부담이 여전히 크다는 것이 여실히 전해졌다.

결국 드로그바의 투혼에도 코트디부아르는 포르투갈과 득점 없이 비겨 승점 1점을 나눠갖는 데 그쳤다.

호날두와 '최고 공격수' 맞대결도 시원한 승부를 가리지 못했고, G조 1,2위의 향방도 더욱 혼란스럽게 됐다.

특히 드로그바가 아직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면서 코트디부아르는 남은 두 경기에서도 가시밭길을 걸을 가능성이 커졌다.

(서울=연합뉴스) sncwo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