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팀 = 남아공 월드컵 32개 출전국의 수많은 스타 선수의 면면을 모두 다 꿰고 있기란 열렬한 축구팬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개최국 남아공 대표팀의 붙박이 수비수 매슈 부스만은 다르다.

깔끔하게 면도한 민머리나 199㎝ 장신에 바탕을 둔 힘있는 플레이도 눈길을 끌지만 무엇보다 `바파나바파나'(토착 줄루어로 `소년들'을 뜻하는 남아공 대표팀 별명)'의 유일한 백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축구가 아직 `흑인 스포츠'로 인식되는 남아공에서 부스는 이질적인 존재임이 틀림없다.

남아공에서 열린 지난해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에서는 관중이 그에게 `부~~~'라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일부 외신이 `백인 선수에 야유를 보내는 흑인'으로 보도하는 헤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부스는 사실 흑인 축구팬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바파나의 거탑', `무지개 나라(Rainbow Nation)의 상징', `인종 화합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스타 선수다.

`부~~'라는 함성도 사실 그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는 의미다.

지난해 12월에는 잉글랜드 스타 선수 데이비드 베컴과 데스몬드 투투 대주교, 할리우드 스타 샤를리즈 테론 등과 함께 월드컵 조추첨식에 초청되기도 했다.

그 배경에는 부스 남다른 성장과정이 있다.

케이프타운의 백인 중산층 거주지역에서 나고 자란 그는 `백인 스포츠'인 럭비와 크리켓만 가르치는 백인학교에서 교육받았다.

철저한 흑인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아래 흑인과 백인이 물과 기름처럼 분리돼 있던 당시 상황에서 백인 소년이 축구를 접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지역 아마추어 축구팀인 피시후크 AFC에서 사무를 보던 아버지 덕에 일찍부터 축구에 빠져들었다.

자연히 흑인들과도 친숙하게 지내며 자랐다.

부스는 미국 스포츠 전문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와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환경에 대해 "인종과 문화의 용광로 같았던 피시후크 AFC의 분위기에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탁월한 신체조건과 기본기를 무기로 17세에 프로생활을 시작한 부스는 이런 성장배경 덕에 흑인 일색의 남아공 축구계에서도 무리 없이 적응했다.

대표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2002년 한일월드컵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굵직한 국제경기에 꾸준히 출전했다.

부스는 결혼도 흑인 여성과 했다.

2006년 부스와 결혼한 소니아 보네벤티아는 남아공 최대 흑인거주구역인 소웨토 인근 지역의 빈만 가정 출신으로 열일곱 대가족 살림에 보태려고 미인대회에 나갔다가 모델로 성공한 입지전적 케이스다.

대도시 광고판에서 수시로 마주칠 정도로 국민적 인기를 모은 이들 부부는 지난해 `부스 교육ㆍ스포츠 재단'을 설립, 소외지역 어린이들에게 축구 시설을 갖춰주고 도서를 기증하는 사회활동도 시작했다.

현역 선수이자 인종을 뛰어넘은 남아공 축구의 `희망'으로서 부스가 이번 월드컵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그는 "길을 걷다 보면 흑인뿐 아니라 혼혈, 백인들까지 `이번 월드컵에서 응원하겠다'고 말을 걸어온다"며 "이번 월드컵을 통해 피부색에 관계없이 더 많은 남아공 국민들이 축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