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의 재정위기 확산에도 불구하고 국내 증시가 탄탄한 모습을 보이자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악재에 너무 둔감하게 반응한다”며 하락 가능성을 경계했다.

예상보다 매수세가 강한 모습이지만 딱히 호재라 할 게 없어 당분간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진단이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8일 “프로그램 매수 덕분에 코스피지수가 하락 하루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수급을 주도하는 외국인이 매도에 나섰다”며 “추가 상승 보다는 하락에 무게가 쏠린다”고 말했다.

이날 프로그램 매매는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1803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반면 외국인은 2333억원 순매도하며 이틀째 ‘팔자’를 기록했다.

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이번주만 놓고 보면 이미 고점을 찍은 것 같다”면서 “다음주는 돼야 다시 반등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유럽의 재정위기 리스크를 시장이 너무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추가적인 악재가 나올 때마다 시장이 크게 출렁일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유럽 국가들이 유로화 약세를 용인하는 모습인데다 강력한 재정 긴축까지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증시에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유로존의 리스크가 재부각되면 1600선이 재차 깨질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유로존의 리스크가 국내 증시에 점차 제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조병현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 문제에 증시가 둔감해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인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만큼 유로존의 리스크 민감도도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연구원은 따라서 “기존 주도주인 IT가 시장을 더 이끌 것”이라며 “이에 비해 최근 반짝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건설주나 증권주 등 소외주는 더 오르기 힘들다”고 했다.

그는 “특히 애플의 아이폰 4G와 삼성전자의 갤럭시S 등 시장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스마트폰 출시로 인해 IT 부품주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