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월드컵을 활용해 기업 이미지를 알리는 `월드컵 광고'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들은 저마다 독특한 경영 철학을 광고에 녹여 넣는가 하면 인기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를 내세워 이미지 선전을 하는 등 효과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두산그룹의 월드컵 광고 `사람이 미래다'편>

◇광고 속 돋보이는 기업 철학 = KT의 `황선홍 밴드' 광고는 일찌감치 소비자와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광고는 2002 한일월드컵 4강의 주역인 황선홍, 김태영, 유상철, 최진철로 구성된 밴드가 붉은악마 앨범의 수록곡인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이라는 노래와 율동을 곁들여 다양한 코믹 연기를 펼치는 내용이다.

`황선홍 밴드'에는 작년 9월 '올레(Olleh) 경영'을 발표하고 제2의 창업을 선언한 후 주목받는 이석채 회장의 `역발상 경영'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있다고 KT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번 월드컵에 뛰는 선수가 아니라 과거 대표선수들을 내세운 점이 그렇고, 점잖은 전 국가대표 `형님'들이 광고 속에서 무너지는(?) 퍼포먼스 또한 그렇다.

광고를 제작한 제일기획 관계자는 "황선홍밴드는 의외성과 함께 진정성을 보여주는 광고"라면서 "최진철 선수가 변변찮은 노래 실력이지만 온 힘을 다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중순 이후부터 TV에 등장한 두산그룹의 광고는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두산은 이 광고에서 작년 9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으로 전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한국 국가대표 야구팀이 마운드에 태극기를 꽂는 장면 등 당시 영상을 보여주면서 이번 월드컵에서도 영광을 재현하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광고 대행사인 오리콤의 남지연 국장은 "대부분 기업의 월드컵 응원 광고가 함성과 역동적인 모습을 통한 메시지 전달이라는 목적을 지닌다면 두산은 잔잔한 영상과 절제된 목소리로 사람에 대한 두산의 철학을 담았다"고 말했다.

<KT의 월드컵 응원 광고인 `황선홍 밴드>

◇스타 앞세운 마케팅 공세
= 남아공월드컵 공식 후원사인 현대차는 `국가대표 기업'임을 자임하면서 월드컵 응원과 열기를 주도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현대차는 `샤우팅코리아(Shouting Korea)'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응원가와 응원댄스를 알리는 메인 캠페인을 내보낸데 이어 12일 한국-그리스전에 맞춰 그리스의 신들이 등장하는 광고를 제작했다.

또 오랫동안 후원해온 `피겨퀸' 김연아와 가수 빅뱅을 등장시켜 `오 대한민국 승리의 함성' 응원가를 리메이크해 댄스와 함께 선보여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월드컵 공식 후원사는 아니지만 `월드컵대표' 기업임을 자부하는 SK텔레콤은 대대적인 `물량 작전'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가수 비와 싸이, 김장훈, 월드컵 대표팀의 박지성, 프로골퍼 최경주,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 등을 대거 모델로 등장시키고 있다.

역대 어느 월드컵 때보다 많은 모델이다.

SK텔레콤은 13편 정도의 광고와 뮤직비디오로 제작, 범국민적인 응원 축제를 후원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목표다.

이 가운데 가수 싸이와 김장훈이 8년전 2002 한일월드컵의 거리 응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키자는 내용의 스토리텔링식 뮤직비디오 광고가 누리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싸이와 김장훈은 지난 3월 `울려줘 다시 한번'에 이어 최근 디지털 싱글곡인 `다시 한번 대한민국'을 발표해 월드컵 열기를 고조시켰다.

월드컵 광고 시즌 김연아는 상종가다.

KB금융그룹은 김연아와 가수 이승기가 등장해 월드컵 응원가인 `스마일 보이'를 듀엣으로 부르는 광고를 만들었다.

각 기업이 경쟁적으로 만드는 월드컵 응원가 가운데 제법 `수준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홈플러스의 월드컵 광고에도 김연아가 매장에서 고객들과 축구를 하면서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김연아가 직접 부른 `대한민국 응원 홈플러스송'이 배경으로 흐른다.

홈플러스는 지난 동계올림픽부터 시작해 스포츠 마케팅에 몰입하면서 솔솔한 재미를 보는 기업이다.

<피겨 선수 김연아와 가수 이승기가 듀엣곡을 부른 KB금융그룹의 월드컵 응원 광고>

◇소비자와의 소통을 강조
= 박지성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삼성그룹의 `두근두근 캠페인' 월드컵편은 이른바 `S세대'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스마트폰(Smartphone)에 익숙하고,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서 대화하고, 모든 정보를 검색(Search)으로 찾고, 게임,영화 등의 콘텐츠(Software)를 소비하는 `S세대'에 맞춰 SNS와 광고가 결합된 크로스오버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번 캠페인의 모델이자 한국 축구의 캡틴인 박지성은 트위터를 통해 영국에서의 CF 촬영현장을 공개하는가 하면 평가전을 앞둔 각오를 밝혀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삼성 관계자는 "지금까지 길거리 응원이 주요한 참여 방법이었다면 앞으로는 인터넷과 모바일이 비중있는 공간으로 자리잡을 것"이라면서 "이번 캠페인은 트위터를 통해 소통하는 응원 문화를 만들기 위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의 월드컵 광고는 남녀노소 모두가 응원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배우 김혜수와 가수 비가 월드컵댄스를 선보이는 가운데 어린이 치어리더와 전통 무용단, 요리사, 결혼식 하객 등 일반인이 하나가 되는 모습을 그렸다.

제일기획 BTL캠페인팀의 박찬혁 프로는 월드컵 광고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 외에 공익에 기여한다는 이미지를 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프로는 또 "과거 단순한 브랜드 인지도에 목적을 두어왔던 스포츠 마케팅이 최근에는 직접적인 세일즈를 촉진하는 수단으로 정교화된다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동경 기자 hopem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