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까지 이틀간 부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리더들이 한곳에 모여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는 자리인 동시에 각자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전파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영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뮈니케(공동성명) 합의의 중요성을 공통적으로 강조했으나 현안에 대해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였다.

◆미국 "글로벌 불균형 해소 우선"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부채를 줄이고 저축률을 높이려면 일본과 유럽의 경상수지 흑자국들이 내수 소비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정부는 수출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미국 소비자들이 세계 경제를 끌고 가주기를 다른 나라들이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글로벌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평가절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가이트너 장관은 "중국이 더 유연한 환율 정책을 펴는 것이 불균형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금융 · 경제 위기에 대비해 금융회사의 자본 건전성을 높여야 한다"며 "G20은 새로운 자본 규제에 대한 원칙을 마련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안은 서울 정상회의 때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재정 건전성 강화에 대해서는 "중기적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언급해 재정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다른 나라들과 입장 차이를 보였다. 가이트너 장관은 각국의 재정적자 축소가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세계 경제 회복세가 꺾일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유럽 "헝가리는 그리스와 다르다"

반면 유럽은 재정건전성 강화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EU 상임회의 의장국인 스페인의 엘레나 살가도 재무장관은 "강하고 지속 가능한 경제를 위해 유럽은 최대한 빨리 건전성 강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며 "이는 구조개혁을 동반해야 할 것이며 스페인은 굉장히 강력한 재정 긴축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EU 국가들의 재정 긴축 정책은 경제 성장에 긍정적이며 자신감을 찾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노력은 유럽 각국의 공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유로는 견고하고 신뢰할 만한 통화이며 유로화 가치는 그동안 안정적으로 유지돼 왔다"고 설명했다.

올리 렌 EU집행위원회 집행위원은 헝가리가 제2의 그리스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렌 집행위원은 "헝가리의 재정 적자 문제는 지난 몇 년간 많은 진전을 보였다"며 "헝가리 경제는 현재 회복 국면이며 1분기에도 강한 회복 신호를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영국,"우리는 은행세 도입할 것"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재정지출을 줄여 건전성을 강화하고 은행세 도입과 강한 금융감독기구 설립을 요구한 영국의 주장이 이번에 많이 반영됐다"며 "은행들의 대차대조표가 더 투명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자본유동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미국과 공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영국 정부는 지난 선거에서 은행세를 도입하기로 약속했다"며 "다른 나라의 입장이 어떻든 은행세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스본 장관은 "이 사안은 11월 서울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진 후 본질적인 합의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다국적 신용지원 체제 만든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는 글로벌 금융안전망 논의와 관련,"한국과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들은 '낙인 효과'가 있는 IMF 지원보다는 '잘 굴러가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안전망 체체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동일한 지역에서 동일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들을 위한 다국적 신용지원 체제(multi-country credit line)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IMF 쿼터 개혁이 코뮈니케에 명시된 것에 대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전적으로 편안(totally comfortable)하게 느낀다"며 속내를 감췄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재정건전성 강화를 우선시한 이번 G20 회의 결과를 비판하기도 했다. 경기부양책을 사용해 적극적으로 경제 성장 정책을 펴는 것이 공공 부문 채무를 감소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

그는 "선진국 공공채무는 금융위기 전 국내총생산(GDP)의 80% 수준에서 2014년에는 120% 선으로 늘어나겠지만 이 중 경기부양책으로 인한 채무 증가분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스트로스 칸 총재는 "만약 경기부양책이 없다면 공공채무 증가율은 40%포인트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전했다.

부산=이상은/유승호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