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IT(정보기술) 관련 기업들은 높은 청약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공모가로 상장을 철회하는 기업들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이 호황이 기대되는 기업에 선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환영철강 이어 교보KTB스팩도 IPO 철회

26일 교보증권은 교보KTB기업인수목적회사(교보KTB스팩)의 공모 청약 일정을 연기했다. 상장을 위해 제출했던 공모 증권신고서도 철회했다.

전날까지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예상보다 적은 기관들의 참여로 상장을 연기했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전날 시장이 급락하면서 기업가치의 평가를 받기가 어려웠다"며 "IPO를 무리하게 진행하기 보다는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 다시 진행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교보KTB스팩의 공모주 중 기관 배정물량이 80%에 달해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교보증권은 교보KTB스팩의 IPO를 수요예측부터 다시 진행할 계획이고,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지난 18일에는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했던 환영철강이 상장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가 예상범위보다 낮게 설정됐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의 IPO 관계자는 "스팩은 정부의 법인세법 시행령 개정안, 철강은 업황의 불확실성 우려 때문에 기관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며 "반면 호황이 기대되는 IT 관련기업들은 기관들의 러브콜을 받는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7월 시행되는 개정안에 따르면 스팩 피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세제혜택(과세이연)을 받기 위해서는 3년동안 주식을 팔아서는 안 된다. 때문에 스팩의 우회상장 대상 기업들이 이를 꺼릴 수밖에 없고, 스팩의 인수·합병(M&A)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철강업종도 원료가격 상승과 세계 생산량 증가 우려가 여전하다.

◆"IT 관련주에는 수요 몰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각종 신기기의 출시로 호황이 기대되는 IT주에는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UI(User Interface) 소프웨어업체 투비소프트의 일반공모 청약경쟁률은 1259.04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IPO기업 중 가장 높은 경쟁률이다. 수요예측 과정에서는 140여곳의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해 155.39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공모가도 희망 공모가인 6500~7500원을 넘어선 8000원에 결정됐다.

지난 6,7일 수요예측을 진행한 싱크솔루션 개발업체 모바일리더도 기관 경쟁률이 138대 1로 나타냈다.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 상단인 1만5000원이었다.

한 IPO 전문가는 "IPO기업의 공모물량 중 절반 이상이 기관에 배정된다"며 "기관들의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IPO가 난항을 겪게 되는데, 최근 기관들이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IT 등 시장 선호기업에 몰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경닷컴 한민수 기자 hm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