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이 불안을 낳고 불안이 투매로 이어지는 상황."

코스피지수가 장중 1600선까지 위협받은 19일 삼성증권이 보고서를 통해 진단한 국내 증시의 현주소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비관론이 확산되면서 외국인은 잔뜩 움츠러들었다. 이날도 6000억원어치의 주식을 투매하듯 던졌다. 결국 코스피지수는 13.16포인트(0.80%) 떨어진 1630.08로 마감,사흘째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사흘 새 37조7000억원이 허공으로 사라졌다. 지수는 전고점(4월26일 1752.20) 대비 122.12포인트(6.97%)나 급락했다.

이에 대해 삼성증권은 '3D 리스크'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3D 리스크'란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 · 가치 하락) △디레버리징(deleveraging · 차입 축소) △디플레이션(deflation · 물가 하락) 위험을 말한다. 구조적인 '유럽 해저드'에 빠져 애꿎은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이 몸살을 앓는 것이다. 증시 글로벌화에 따른 피할 수 없는 결과다.

불안의 뿌리는 전적으로 유럽에 있다. 위기 진앙지인 유럽에서는 긴축과 성장 둔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독일의 금융주 공매도 금지,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유로화 등은 더 깊은 불안의 수렁으로 밀어넣고 있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로 급선회하며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이머징마켓에서 돈을 회수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 들어 4월 말까지 국내 증시에서 11조2236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이달에만 그 절반에 가까운 4조889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국내에서 돈을 빼가는 데는 아무런 빗장이 없어 고스란히 환율 급등으로 이어졌다. 원 · 달러 환율은 이날 18원50전 급등,1165원10전까지 치솟아 이달에만 56원70전이나 올랐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이 유동성이 좋은 한국 시장에서 주식을 내다팔아 증시가 불안심리와 수급 불균형에 짓눌린 '오버킬'(overkill · 과잉 매도) 국면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한국 증시는 과거 금융위기 때도 확인됐듯이 세계에서 가장 현금화하기 쉬운 시장 중 하나인 셈이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