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국회법에는 상임위원장을 여야 간에 배분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제헌의회부터 5대 국회까지는 독식과 배분이 번갈아 이뤄졌다. 박정희 · 전두환 정권 시절에는 다수당이 상임위원장을 독식했으나 1988년 13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조가 된 뒤에는 여야가 상임위원장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법사위원장이 야당 몫으로 관행처럼 굳어진 것은 17대 국회 때였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 언론개혁,세종시 건설,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주력하기 위해 법사위는 야당인 한나라당에 양보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원내대표를 맡았던 천정배 민주당 의원은 "특히 국보법 개정은 강행 처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기 때문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야당에 내주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후 18대 때 한나라당이 집권 여당이 되면서 법사위는 다시 민주당 몫으로 넘어갔다.

그렇다면 다른 국가들은 법사위를 비롯한 상임위 구성을 어떻게 할까. 폴란드와 스위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선진국은 법사위를 상임위 하위 조직으로 둔다. 다른 법과의 충돌 여부,문장 수정 등에 집중하는 기능적인 조직이다. 폴란드와 스위스는 별도 법사위가 존재하긴 하지만 이들 또한 정책심사 기능은 없다.

단 이들 나라에서도 상임위 배분은 한다. 대신 여당과 정부에 대한 견제는 야당이 재정 · 예산과 관련된 상임위를 차지함으로써 확보한다.

의원내각제인 영국과 독일은 정당 의석 비율로 상임위원장을 배분한다. 일본은 1991년 야당인 사회당의 참의원 선거 승리를 계기로 여야 합의에 따른 배분 방식으로 변경됐다. 영국(공공회계위원장) 독일(예산위원장) 일본(예산위원장) 등에서도 야당이 예산 및 회계 관련 위원장을 맡고 있다. 행정부의 재정권을 의회가 통제해야 한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원집정부제인 프랑스는 다수당이 대부분의 상임위원장을 맡지만 재정위원장만은 야당이 차지한다. 대통령제인 미국은 1석이라도 많은 다수당이 의회의 모든 상임위원장과 소위원장을 독식한다. 전통적인 책임정치 문화 때문이다. 하지만 법사위는 별도 상임위로 두지 않고 개별 상임위에 소속된 기능적인 조직일 뿐이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