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기서(奇書)로 꼽히는 《서유기》는 요즘 유행하는 팩션(faction)의 원조 내지 선구작이라 할 만하다. 팩트(fact)와 픽션(fiction)을 합성한 팩션은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덧붙인 새로운 장르.명나라의 오승은이 1592년 실존인물에 철저히 허구와 상상을 덧입혀 1592년 소설 《서유기》를 엮었던 것이다.

소설 속 삼장법사는 손오공,저팔계,사오정과 함께 81가지의 재난을 헤치고 석가모니가 있는 천축으로 가 불경을 구해온다. 이 과정에서 요괴와 마귀,태상노군과 옥황상제가 등장해 이들의 여행을 방해하고 온갖 재난에 빠뜨린다. 그러면 소설 속의 구법여행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일까.

《현장 서유기》는 팩트와 픽션의 간극을 좁히며 실존 인물 현장을 복원한다. 소설 속의 현장은 '식견이 천박하고 비루한 위선자'로 묘사되지만 실제로는 뛰어난 수행자였다. 저자는 구전소설로 떠돌다 명대에야 대하소설로 완성된 《서유기》의 모태가 된 현장의 《대당서역기》와 그의 제자들이 쓴 현장의 전기인 《대자은사 삼장법사》를 토대로 실제 여행 기록과 소설의 연결점을 찾아 실마리를 풀어간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