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서울시장 선거의 여야 후보인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과 민주당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7일 첫 토론을 펼쳤다.

중견 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총무 김진국) 주최로 이날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세종시 건설과 수도권 집중완화, 4대강 사업과 한강 수질개선, 대권도전론 등 주요 이슈들에 대해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서울 강남북 개발, 대기 개선사업, `그물망 복지사업' 등의 정책적 성과를 강조, "파리지앵과 뉴요커가 그렇듯 서울 시민이라는 게 자랑스러운 서울을 만들겠다"면서 "중앙 정부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종합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현역 프리미엄을 부각시켰다.

이에 대해 한 전 총리는 "오 시장의 `디자인 서울'에 대한 관심은 1%로, 그저 부수고 파헤쳤을 뿐이고 서민의 삶은 밑에서부터 망가져 늘어난 것은 빚 뿐이 됐다"고 반박한 뒤 "시민들은 힘들고 고단하고 겉치레뿐인 서울이 아닌 사람 중심의 따뜻한 서울을 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에게 대권으로 방향을 트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 던져지자 오 시장은 `임기 완주'를, 한 전 총리는 `마지막 공직'을 내세우며 부인했다.

오 시장은 10년 이상의 일정으로 시작된 서울시 프로젝트를 열거, "앞으로 4년간 다른 생각할 여력이 없다"며 "분명히 4년을 꽉 채워서 완수하고 민선5기를 통해 발표한 정책을 실천하는 최초의 재선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과거 대선도전을 선언한 바 있었던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을 나의 행정이나 정치의 마지막으로 생각하고 나왔다"면서 "(민주당이 대권도전을 요청하면) 단호히 거절하겠다"고 단언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서는 마치 여야의 입장을 대변하듯 후보간 찬반이 갈렸다.

오 시장은 "4대강 사업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사업을 한꺼번에 할 것이 아니라 낙동강과 영산강 정도를 (대통령) 임기중 먼저 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고 말했다.

반면 한 전 총리는 "나는 분명히 반대입장"이라며 "4대강 사업의 내용은 처음 추진하던 운하사업과 별다른 게 없고, 막대한 예산을 삽질 예산으로 갖고 가고, 멀쩡한 강을 파헤쳐서 자연을 거스르는 일을 하는데 다가올 환경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하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오 시장은 수정안, 한 전 총리는 원안을 각각 지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오 시장은 "행정부처 몇 개 옮겨가는 안으로는 당초 취지와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게 도시를 경영해온 판단"이라면서 "수정이 바람직하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총리는 "(원안 고수가) 서울시장에 도전하는 철학과 배치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세종시 문제는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철학과 대전제를 기본으로 삼고 생각해야 하는 문제로, 민주당이 원안을 고수하기 때문에 나는 당에도 원안 통과를 조언할 생각"이라고 반론했다.

패널리스트들은 이날 자질 검증을 위해 오 시장에게는 주로 서울시의 각종 건설사업 프로젝트, 한 전 총리에게는 뇌물수수 의혹을 파고들었다.

오 시장은 "5천757평 중 비어 있는 공간이 530평인 광화문 광장을 광장이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광장에는 여러 형태가 있고 체코 프라하 광장에 가보면 광화문 광장과 구성 요소가 거의 유사하다."고 옹호론을 폈다.

반포대교 분수가 예산낭비 아니냐는 질문에는 "서울에 랜드마크 시설이 많지 않다."라며 필요성을 강조했고, 수상택시 이용자가 적다는 비판에는 "한강 르네상스 사업으로 손익분기점을 넘긴다는 확신이 서면 민간기업이 투자할 것"이라고 감쌌다.

서울시정의 `전시행정' 논란에도 "서울시 방문자가 작년에 비해 10배 이상 늘었는데 이것을 전시행정이라고 하면 모든 게 전시행정"이라며 "색안경을 쓰고 보실 게 아니라 눈여겨 봐주시길 바란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전 총리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와 골프.콘도비용 대납 의혹에 대해 소상하게 배경을 설명하며 적극적으로 방어했다.

곽 전 사장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 그는 "지난 2000년 국회의원이 됐을 당시 제가 소속됐던 여성단체가 굉장히 열악했는데, 여성단체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후원회 행사를 한다."며 "후원회가 팸플릿을 낼 때 광고를 실어주는 사람을 소개해주면 그것이 도와주는 길이라고 해서 소개받은 사람이 곽 전 사장"이라고 설명했다.
골프.콘도비용 대납 의혹에는 "돈을 내려고 하니 계산이 돼 있었는데 30만 원이었다."라며 "30만원 때문에 대납 딱지가 붙은 것 같다."라고 해명했다.

자신의 처신이 부적절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는 "굉장한 도덕성의 하자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그런 문제를 갖고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좀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이날 후보간 상호토론에서 오 시장과 한 전 총리는 서울의 관광객 증가에 대해 공방을 벌였다.

한 전 총리가 "(서울시가) 재외홍보비를 올려 30% 이상 관광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그 영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환율 때문"이라며 일본인과 중국인의 쇼핑관광 열풍을 꼬집었다.

이에 오 시장은 "작년 봄까지는 환율 덕분이었다고 보도됐으나, 가을에는 서울시 호텔에 빈 데가 없었다."며 "그 점은 분명히 해야겠다."라고 반박했다.

오 시장이 서울의 도시경쟁력과 관련, 한 전 총리에게 "(공약이) 없는가, 있는데 발표를 않았나"라고 캐묻자 한 전 총리는 "도시가 경쟁력이 있으려면 활력소가 있어야 하고, 사는 사람이 행복감과 자긍심을 느껴야 한다."라며 공약을 준비 중이라고 맞받았다.

초.중등 무상급식을 공약한 한 전 총리가 "(시장이) 한나라당 당적인 성남시도 초등학교 전체 무상급식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하자 오 시장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자녀에게 줄 예산이 있다면 공교육 강화에 써야 한다."라고 무상급식보다 사교육비 절감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폈다.

나아가 오 시장은 "한 전 총리가 취임후 초등학교 무상급식 문제를 직접 주재했던 것 같은데 칼자루를 쥐고 있을 때 예산을 삭감했다."라며 "그동안 교육철학 바뀌었는지 되묻고 싶다."라고 역공을 가했다.
이에 한 전 총리는 "무상급식에 대한 철학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고 다만 현실적인 문제로 그랬으리라 생각하는데 나는 기억에 없다."라고 즉답을 피해갔다.

(서울연합뉴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