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영업자 김모씨(38)는 부동산 개발업자로부터 전남 신안군에 있는 빌라부지를 사들였다.

바다가 보이는 땅으로 고급빌라 단지로 곧 개발된다는 얘기에 솔깃해 3.3㎡당 80만원을 줬다. 나중에 현장에 가봤더니 밀물이면 잠기는 못쓰는 땅이었다.

현지 시세는 3.3㎡당 5000원.김씨는 "최근 정부에서 발표한 초광역개발계획의 남해안 선벨트 지역에 해당된다는 업자 말만 듣고 샀다가 낭패를 봤다"며 "팔 수도 없는 땅이라 종잣돈 5000만원만 날리게 생겼다"고 말했다.

◆갈 곳 없는 돈…선거 기대심리 악용

'6 · 2 지방선거'를 앞두고 땅 투기를 부추기는 '기획 부동산'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뭉칫돈과 선거를 의식해 지방자치단체들이 남발하고 있는 개발계획 발표 등을 겨냥한 전형적인 사기 수법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양아파트에 사는 김모씨(60 · 부동산 자산 50억원)는 "어떻게 주소를 알았는지 집앞에서 투자를 권유하는 기획 부동산까지 생겼다"며 "모 지방자치단체장이 선거용으로 만든 개발계획인데 사두면 몇 배는 남길 수 있다며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행 도곡팰리스지점 PB센터 관계자는 "기획 부동산 관계자들이 각종 개발 소문을 퍼뜨리면서 땅을 확인하러 같이 가자고 요청하는 고객들이 늘어 최근엔 일주일마다 2~3곳씩 방문하고 있다"며 "하지만 투자가치가 있고 쓸 만한 땅은 찾기가 쉽지 않다"고 전했다.

◆지역호재 과신은 금물

기획 부동산들은 지역개발 호재를 중심으로 '국지적'으로 움직인다. 이들은 지자체장 후보의 선거 공약 중에 그럴 듯한 개발계획을 골라 수요자들에게 접근한다. 지자체장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호재 유치를 장담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로선 솔깃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내년 착공 예정인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의 경우 2016년까지 3개 노선을 동시에 개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대부분의 수도권 기초 지자체장들은 자신의 지역에 GTX가 연결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대기업들에 토지투자에 대해 컨설팅하는 박주호씨는 "지자체장들이 지역 민원과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가 자신이라고 강조하면 그 내용을 바탕으로 기획 부동산들이 고객들을 현혹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 평택 등에서는 토지거래 허가구역이 해제된다는 루머까지 유포되고 있다. 오는 30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만료를 앞두고 지자체들의 해제 요청 민원이 잇따르고 있지만 실제 해제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가 주거지종합관리계획을 추진하면서 발표한 '2010 기본계획상 정비예정구역 지정 추진지역'인근을 기획부동산들은 권한다. 서울시는 최근 종로구 충신동 6 등 40여곳의 단독주택 재건축 추진 사업장을 정비예정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김일수 씨티그룹 PB팀장은 "최근 단독주택 재건축 예정지 관련 고객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주로 1억원 미만의 비교적 소액이지만 투자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반드시 직접 확인해야

전문가들은 기획 부동산에 속지 않으려면 사무실 방문을 유도하는 전화는 일절 받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장에서 확인한 물건이 실제 사려는 것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하며 유명인이 샀다는 서류도 믿어선 안된다고 충고했다.

종합부동산컨설팅업체 다다의 오은석 대표는 "기획 부동산은 개발 호재 인근 지역에 교묘하게 땅을 쪼개 소액으로 판매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며 "한탕만 하고 빠져 나오는 식으로 이뤄져 나중에는 보호받을 길이 전혀 없는 만큼 투자자 본인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