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중국 방문 관련 사실을 한 · 중 정상회담 이전에 알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핵심관계자는 5일 "구체적인 시점을 밝히긴 곤란하지만 적어도 지난달 30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한 · 중 정상회담 이전에 김 위원장의 방중이 5월 초에 이뤄질 것이라는 사실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김 위원장의 방중에 초점을 맞추고 한 · 중 정상회담 전략을 짰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에게 천안함에 대해 '객관적이고 투명한 조사' 등을 언급하며 우리 입장을 소상하게 전달한 것은 김 위원장의 방중을 염두에 둔 사전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중국이 천안함과 관련,국제사회에서 대북제재가 논의될 때 우리 입장을 이해해주고 섣불리 북한 손을 들어줘선 안된다는 점을 사전에 촉구한 셈이다.

정부는 천안함 사고에 대해 한 · 중 정상 간 심도있는 얘기가 오갈 수 있도록 중국과 정지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중국의 마음을 우리쪽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는 뾰족한 수단이 마땅찮은 게 현실이다. 때문에 정부는 천안함 조사결과를 조속히 발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북한 관련 증거가 공표되면 중국이 함부로 북한을 지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이달 중순 한 · 중 · 일 외무장관 회담과 이달 말 이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 간 제주 정상회담이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우리로선 적어도 중국의 적극적인 도움 정도는 아니더라도 중간지대로 옮겨 오도록 하는 게 급선무다. 이 대통령이 후 주석에게 천안함 사고 원인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중국에 설명하겠다고 한 것은 이런 맥락이다. 외교 라인을 총 동원,물밑 작업에 들어갔다.

한편 김 위원장의 방중 시점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던 것은 한 · 미 정보당국 간 협조가 잘 이뤄진 결과로 알려졌다. 정보 당국자는 "인공위성을 통해 평양 인근에 있는 김 위원장 전용열차 주변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방중하기 하루나 이틀 전에 준비 움직임이 미 정찰위성(KH-12)과 U-2 정찰기에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새벽 방중을 확인해 준 것은 이런 정황이 바탕에 깔려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