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으로 향하고 있다. 식량난도 해결하기 어려운 가난한 분단국가의 지도자를 주목하는 것은 그가 장거리 로켓과 핵무기를 개발하는 '위험한 지도자'이기 때문일 것이다. 뇌졸중으로 건강이 악화된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결심한 데는 그만큼 지금의 정세가 엄중하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을 통해서 노리는 것은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수세적인 정세를 공세적으로 전환해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 북한 연루설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계속 수세적으로 있을 경우 '북한 공격설'이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는 다급함이 김 위원장을 국제무대로 나오게 만든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우방인 중국을 방문해 '천안함 관련설'을 부인하고 6자회담 복귀 선언 등을 통해 국면을 전환시키고자 한다. 국제사회가 볼 때 천안함 사건은 국지적이고 재래식 무기와 관련되지만,북핵 문제는 세계적 차원의 핵무기 확산방지 차원의 이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중국 방문 중에 6자회담 복귀와 관련한 진전된 입장을 보일 때 국지적 문제에서 범세계적인 문제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사전 중국과의 물밑협상을 통한 6자회담 복귀를 전제로 이뤄진 것이란 얘기가 이미 흘러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은 무엇보다 시급한 경제위기 해소를 위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핵실험 이후 유엔제재가 전면화하고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측으로부터 대북지원이 중단됨으로써 올 춘궁기를 넘기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김 위원장이 중국의 지원을 얻기 위해 병약한 노구를 이끌고 중국 방문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중간기착지로 랴오닝성 다롄시를 찾은 것은 북한과 중국의 경제적 상호의존성을 활용한 경협확대와 투자유치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북 · 중 관계가 중국의 일방적 지원과 시혜의 측면이 강했다면,앞으로는 상호의존성을 살려나가는 호혜적 관계로 발전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자원부족시대를 맞아 중국은 북한의 자원을 활용하고,북한은 중국의 군사안보적 지원과 경제지원 및 투자유치를 통한 체제유지가 가능하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방중은 악화일로인 대내외 상황,즉 천안함 사건과 경제문제를 동시에 타개하기 위한 '투트랙 전술'로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동행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지난해부터 본격화하고 있는 김정은으로의 후계구축에 대한 지지확보도 이번 방중 목적 중의 하나일 것이다. 북한으로선 후계체제의 안정적 구축에 있어 중국의 정치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이번 방중을 통해서 3대 세습과 관련한 중국지도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과거에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할 때 한국 정부도 중국식 개혁 · 개방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환영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는 다르다. 한국 정부는 '선 천안함 침몰원인 규명,후 6자회담 재개'의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천안함 원인규명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이뤄진 김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 불쾌하고 당혹해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원인규명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정부의 입지는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과 미국은 북한 비핵화와 동북아 지역 안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천안함 사건이 6자회담 재개를 지연시키면서 북한의 핵능력을 향상시키는 쪽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초래되지 않길 바랄 것이다. 따라서 천안함 사건이 장기화될 경우 남북관계는 물론 한 · 미관계와 한 · 중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북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