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4개월,가장 감탄한 것이 한국 부모들의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이다. 이제 막 말을 뗀 아이의 영어교육을 위해 매달 큰 돈을 투자하는 동료가 있는가 하면,초등학교에 입학한 자녀를 둔 한국인 친구는 퇴근 후 직접 아이 교육에 나섰다고 한다.

이렇듯 자녀 교육에 관해서라면 어느 나라도 부럽지 않은 한국에서 자녀 경제교육에도 열정적인지 물어보고 싶다. 회사 임직원 중에서 20대 중후반을 넘긴 자녀가 있는 경우 여전히 학비를 대주고 결혼자금 마련 등을 걱정한다고 한다. 자녀의 대학 입학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독립하는 외국의 사례와는 많이 다르다.

자녀 경제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어릴 때부터 돈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용하는 방법을 교과서가 아닌 실제 생활 속에서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다. 아이들이 책상 위의 저금통이 아닌 실제 적금,보험,펀드 계좌를 활용해 스스로 돈의 의미와 자산관리의 즐거움을 맛보고 이를 통해 경제관념이 몸에 밸 수 있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살아있는 경제교육이다.

내가 태어난 호주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개인 투자시장(retail investment markets) 중 하나로 알려져 있지만 사람들은 개인 재무설계나 투자에 대해 아직도 잘 모른다는 우려가 남아 있다. 이에 따라 몇 년 전 호주 정부는 재정교육 위원회(Committee on Financial Literacy)를 설립했다. 그리고 경제 및 금융 계획,투자 등에 대한 교육을 시작하는 최적의 타이밍은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습관을 배우는 집에서 가능한 빨리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리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매년 설에 아이들이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고 용돈을 받는 따뜻한 전통이 있다고 하는데,어릴 때부터 이 같은 자투리 자금들을 저축해서 돈을 모으고 투자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면 실전 경제감각을 익히는 데 무엇보다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금융회사의 어린이 금융상품도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살아있는 경제교육까지 제공하는 일석이조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교육에서 결혼,독립까지 평생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하는 보험,자녀의 이름이 들어간 펀드 계좌,희망하는 학교에 합격하면 더 높은 금리를 주는 통장까지 자녀가 직접 자신의 이름으로 가입하고 스스로 수중의 돈을 관리하고 불려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해주자.

지난 10년간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준 인물로 꼽힌 미국의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과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들의 공통점은 어린 시절부터 경제교육을 받고 실전 경험을 익혔다는 것이다. 필자 또한 평생을 보험사에서 근무한 아버지 덕분에 일찌감치 경제 개념을 익혔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금융업에 종사할 수 있었다. 자녀들에게 공부도,영어도 중요하지만 지혜로운 경제 생활을 어릴 때부터 가르쳐 주는 '현명한 아빠'도 못지않게 필요할 것이다.

존 와일리 ING생명 사장 John.Wylie@mail.inglif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