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설계 변경 등 인상 불가피"
서울지역 재건축 · 재개발 사업장 가운데 총사업비 증액이 사업 걸림돌로 작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가락시영,가재울4구역,돈의문1구역,아현4구역 등의 사업비 증액이 두드러진다. 5개월에서 2년여 사이에 총사업비가 급증하자 조합원 부담도 수천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커졌다. 늘어난 사업비는 조합원 간 내분을 가져오고 사업도 중단시키고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조합원 몫이다. ◆사업비 증액,원인 해석 제각각
소송을 거는 비상대책위원회와 이에 맞서는 조합 및 시공사 간의 시각차는 극명하다. 비대위 측은 기본적으로 시공사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송파구 한 재건축조합 비대위 관계자는 "시공사를 뽑을 때는 표를 얻기 위해 건설사들이 비교적 저렴한 공사비를 제시하지만 막상 선정되고 나면 설계변경 등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공사비를 올린다"며 "주민들이 건축을 잘 모른다는 점을 악용, 시공사와 조합이 짜고 건축비를 올려 폭리를 취한다"고 주장했다.
시공사 측의 생각은 다르다. 한 건설사 재건축사업 임원은 "원자재값 상승,설계 변경,조경 특화,조합 내분에 따른 사업지연 등으로 공사비 증액 요인이 많이 발생한다"고 반박했다. 법률사무소 국토의 김조영 변호사는 "참여정부 시절 용적률 하향조정 등의 규제로 건축 면적이 줄면서 재건축 사업 수익성이 나빠졌다"며 "조합원들이 이런 환경 변화를 무시한채 무조건 시공사 탓으로 돌려 분쟁이 발생하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사업 지연으로 피해액 눈덩이
사업비 증가를 둘러싼 법정 다툼이 시작되면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송은 대부분 총사업비가 최종 확정되는 이주단계에서 시작된다. 착공 직전에 사업이 중단돼 몇년씩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도 있다.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주비를 받고 이사한 사람들은 사업 중단기간에도 이자를 꼬박꼬박 내야한다.
부동산전문 천지인합동법률사무소의 남기송 변호사는 "소송이 길어지면 경제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그냥 사업을 진행하는 것보다 못하다"며 "분쟁이 발생하면 초기에 협상을 통해 빨리 타협안을 찾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전문가 통해 사업비 정확하게 추산해야
사업비를 둘러싼 송사를 막으려면 사업초기 총사업비와 시공조건을 명확하게 정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비 추산은 주로 조합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정비업체 주도로 이뤄진다"며 "전문성이 떨어지는 정비업체가 주도한 견적이 정확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전문 엔지니어링업체에 견적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재건축 동의서의 총사업비 항목이 철거비 · 신축비 등으로 지나치게 단순해 추산근거를 알 수없다는 점도 개선할 과제로 꼽힌다. 재건축 · 재개발 전문인 법무법인 을지의 차흥권 대표 변호사는 "추산액을 뽑은 세부 근거까지 제시하면 비교적 정확하게 사업비를 산출할 수 있고,사후에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시도를 견제하기도 쉽다"며 "지방자치단체가 추산액 세부항목까지 모두 공개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건설부동산부 차장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