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값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시내에서 보통휘발유를 ℓ당 2천원대에 판매하는 주유소가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이후 처음 등장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영등포구 여의도동 경일주유소는 지난 주말부터 보통휘발유를 ℓ당 2,048원에 판매 중이다.

그동안 서울 시내에서 '가장 비싼 주유소' 자리를 지켜온 경일주유소는 지난달 말까지 보통휘발유를 ℓ당 1,998원에 판매하다 5월 들어 ℓ당 50원을 기습 인상했다.

올해 들어 국제유가 상승세와 맞물려 국내유가도 지속적으로 올라 서울 시내에서 ℓ당 1,900원대에 보통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가 잇따라 등장했으나 2,000원을 넘긴 곳은 없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고유가'의 상징처럼 여기던 ℓ당 2,000원대 벽이 깨지면서 서울 시내 주유소들 사이에 기름 값 올리기 경쟁이 불붙으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과 비슷한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15일 서울시내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이 ℓ당 1,800원대에 올라선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다 최근 조정국면에 들어 소폭 내렸다"면서 "주유소 평균가격이 최근 내린 상황에서 일부 주유소가 기름 값을 올린 것은 이례적이며, 나름의 마케팅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일주유소 관계자는 기름 값을 올린 배경은 밝히지 않은 채 여의도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ℓ당 160원을 할인해 주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석유공사의 주유소 가격 정보시스템인 오피넷(www.opinet.co.kr)에 따르면, 1일 마감 기준으로 전국 주유소의 보통휘발유 평균가격은 ℓ당 1,735.98원이다.

지난달 25일 ℓ당 1,736.75원으로 단기 고점을 기록한 이후 소폭 내림세다.

서울지역 주유소의 평균가격도 지난달 15일 ℓ당 1,800원대에 올라섰다가 지난달 27일부터 다시 1,700원대로 내려서 1일 현재 ℓ당 1,797.39원을 기록하고 있다.

한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에서 보통휘발유 값이 가장 비싼 곳은 제주 추자도 인양주유소로 ℓ당 2,100원에 판매 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