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의 정신이 골프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불륜설'로 곤욕을 치른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복귀 기자회견을 하면서 어린 시절부터 배운 불교의 가르침으로 돌아가겠다고 언급했다. 우즈는 복귀전인 마스터스에서 손목에 불교 팔찌를 착용하고 출전,불교를 통해 마음의 평정을 되찾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서양 선수들이 불교 같은 동양 철학의 가르침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명상법 참선 등이 아시아 선수와 코치들에 의해 서양 골프선수들에게 빠르게 전달되고 있다는 것.깨달음을 얻어 집착을 내려 놓으면 내적인 평정심과 자각,책임의식 등이 고취돼 코스에서 중압감을 떨칠 수 있다는 것이 선수들에게 흥미를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한때 우즈의 라이벌이었던 비제이 싱도 수년 전 태국의 불교 사찰을 방문하던 중 기자들에게 "불교의 가르침이 치열한 우승경쟁 속에서 평온함을 유지하게 해준다"고 말한 바 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불교 영향을 크게 다뤘다. 아시아 선수로 우즈를 제치고 남자골프 첫 '메이저 챔프'에 등극한 양용은이 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15년 전만 해도 아시아 선수는 미국에서 남녀투어 통틀어 5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미PGA투어에서 9명,미LPGA투어에서 59명이 활약하고 있으며 미LPGA투어의 경우 45명이 한국선수이고 명예의 전당 회원인 박세리가 독실한 불교 신자라는 사실도 전했다.

서양 선수 가운데서는 미LPGA투어에서 12승을 거둔 크리스티 커와 '피자 배달부' 출신으로 2005년 미PGA투어 취리히클래식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팀 페트로빅이 최근 불교의 가르침을 골프게임에 도입한 '젠(Zen) 골프'라는 책을 쓴 조셉 패런트를 '멘털 훈련' 코치로 고용했다. 또 영국의 저스틴 로즈는 2007년 불교 신자 코치였던 닉 브래들리와 함께 2년간 밤마다 명상훈련을 한 뒤 세계랭킹 6위까지 오른 적이 있다.

신문은 불교가 종교적인 성향을 크게 드러내지 않아 순수하게 골프게임에만 도움을 받기 원하는 서양 선수들에게 앞으로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독실한 크리스천인 최경주의 입을 빌려 "불교가 내적인 평화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골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이애미(미 플로리다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