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하루로 본 한국과 북한 그리고 중국의 관계는 이같이 나타난다. 남북간에는 대립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반면 북한과 중국 관계는 온기가 느껴진다. 올 들어 북한이 남쪽과 중국을 대하고 있는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달 초 베이징 외교가에선 4월 남북정상회담설이 나돌았다. 양측은 정상회담을 위해 접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정상회담의 대가를 요구하는 북한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남측의 입장 차이로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했다. 남측으로부터 '찬조'를 거부당해 자존심이 상한 북한은 "남한의 현 정부와는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 후 금강산의 남쪽 자산 동결 방침이 발표됐다. 아직 확실한 증거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북한이 개입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 침몰사건도 터졌다.
반면 베이징에선 남북정상회담설이 쑥 들어가면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방중임박설이 기정 사실처럼 퍼져나갔다. 방중 날짜 맞히기가 세계 언론의 관심사가 될 정도로 긴박한 분위기가 연일 지속됐다. 칭하이성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중국이 숙연한 상황이고,사상 최대로 개최된다는 상하이엑스포의 개막일이 일주일도 안 남아 중국 정부가 정신없이 바쁜 상황인데도 그의 방중설은 여전히 화젯거리다.
이뿐만 아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의 평안남도 무산광산과 신의주를 잇는 2시간 거리의 고속도로가 중국의 지원으로 최근 개통됐다. 무산광산의 철광석 매장량은 한국의 포스코가 100년 이상 쓸 수 있는 50억~70억t에 달한다. 중국이 무산과 신의주 간 도로를 닦은 것은 이 광산의 철광석을 중국 대륙으로 옮기겠다는 속내가 있음이 분명하다.
남북간에 증오가 쌓여가는 것과 달리 북 · 중 간에는 이처럼 뭔가 긴밀히 나눠야 할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유엔의 대북제재가 지속되고 남쪽과 단절을 불사하고 있는 북한이 기댈 수 있는 국가는 중국이 유일하다. 중국에 있어 북한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의 관계다. 북한이 없다면 한국과 국경을 맞대야 하고 이는 한국은 물론 일본 및 미국과 대립구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중국이 자신의 머리꼭대기에서 핵실험을 하는 북한을 주도적으로 제재하지 않고 오히려 북한과의 인접지역인 두만강변을 국가 차원에서 개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다. 낙후지역 개발이란 측면도 있지만 북한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남북관계에 있어 한국 정부는 중국이란 절대변수를 고려해야 한다. 대북정책은 중국과의 외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중국을 통한 대북정책을 펼 수 있을 때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 단순히 남과 북만의 문제로만 접근해서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주는 엉뚱한 결과만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