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 엘스(41 · 남아공),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헨릭 스텐손(34 · 스웨덴),양용은(38) 등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제주에 모였다. 이들은 22~25일 핀크스GC(파72)에서 열리는 유러피언 · 한국프로골프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출전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골프대회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발렌타인챔피언십은 올해로 3회째다. 첫 한국인 챔피언이 나올지 관심이나,아마추어 골퍼들은 세계적 선수들의 플레이를 직접 보고 하나라도 배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주요 선수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이 있을까.

◆엘스의 물 흐르듯한 스윙

출전선수 중 세계랭킹이 7위로 가장 높은 엘스의 '트레이드 마크'는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이뤄지는 스윙이다. 올 들어 미국PGA투어 CA챔피언십과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2승을 거둔 데서 보듯 그의 자연스런 스윙은 여전히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엘스의 스윙은 '세고 강하게 쳐야 멀리 날린다'는 통념과는 거리가 멀다. 스윙할 때 무리한 힘을 쓰지 않기 때문에 몸이 흐트러지지 않고 균형을 유지한다. '골프스윙의 교과서'로 불리는 그의 스윙을 보노라면 물속에서 클럽을 휘두르는 것처럼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피니시까지 이르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이긴다'는 말을 보여준다.

◆앤서니 김의 파워 스윙

앤서니 김의 체격은 177㎝,76㎏.미국에서 태어났을 뿐 몸은 아시아인이다. 그런데도 드라이버샷 거리는 300야드를 넘나든다. 그립을 1~2인치 짧게 잡고 백스윙이 크지 않은 데도 장타를 내는 비결은 무엇일까. 앤서니 김은 어려서 농구와 미식축구를 좋아했다. 선수가 되려고 하기도 했다. 동네 친구들과 게임을 하면서 그가 느낀 것은 신체적인 열세.그것을 만회하려고 어릴 적부터 체력 · 근력훈련을 독하게 한 것이 오늘날 그를 '강한 선수'로 만든 밑바탕이 됐다.

앤서니 김은 엘스와 달리 세고 강하게 스윙,임팩트 순간 클럽헤드 스피드를 최고로 높인다. 간결한 스윙이지만 큰 회전(상 · 하체 회전량 차 80도)으로 파워를 내는 것이다. 최근 두 대회 성적(셸휴스턴오픈 우승,마스터스 3위)에서 보듯 그의 샷은 지금 물이 올라 있다.

◆양용은의 쇼트아이언샷

양용은이 미PGA투어 부문별 기량에서 1위를 달리는 것이 있다. 홀까지 125~150야드를 남기고 하는 쇼트아이언샷이다. 양용은은 그 거리에서 그린적중률이 85.9%이고 볼이 멈춘 곳에서 홀까지 남은 거리는 평균 6.15m다. 125~150야드 어프로치샷은 십중팔구 버디기회로 만든다는 얘기다. 양용은은 그 거리에서 짧게는 피칭웨지,길게는 8번아이언을 잡는다. 아마추어 '고수'들과 별 차이가 없다.

그러나 정확성이 높은 것은 '낙낙한 클럽으로 부드럽게 스윙한다'는 지론 덕분이다. 양용은은 짧은 클럽을 들고 힘껏 스윙하지 않는다. 대개 180야드에서 8번이나 9번아이언을 들고 편안하게 스윙한다. 바로 그 점이 비결이다. 양용은은 또 제주 출신답게 맞바람 속에서 효율적인 샷을 구사한다. 양용은은 "바람이 강하게 불 땐 볼을 평상시보다 오른쪽에 놓고,피니시를 낮게 해준다"고 말한다.

김경수 기자 ksm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