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금호1-7구역.총 66채의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해 있던 이곳은 1973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40년이 가깝도록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2008년 5월 공원화 사업으로 변경됐다. 이처럼 오랫동안 사업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서울시내 재개발 · 재건축 지정 · 고시지역 및 재개발 · 재건축 사업 예정구역을 자동 해제하는 '일몰제'가 도입된다.

서울시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면서 발생하는 해당 지역 주민들의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일몰제를 도입키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를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개정해 줄 것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재개발·재건축 지정후 착공 질질 끌면 '취소'
◆사업 부진 지역에 '일몰제' 도입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 ·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520개 사업장 중 정비구역으로 지정받은 곳은 146곳(28.1%)에 불과하다. 지정 후 공사를 시작한 곳은 27곳(18.5%)이다.

재건축 · 재개발 사업이 부진한 이유는 추가 분담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떨어지거나 추진위원회 및 비상대책위원회 간 분쟁이 늘고 있어서다. 서초구의 경우 정비구역 지정 후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인가를 받고도 착공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장이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재개발 · 재건축에 소요되는 평균 사업기간을 토대로 일몰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시에 따르면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경우 재개발은 평균 8년,재건축은 6.8년이 걸린다. 시 관계자는 "정비구역 및 정비예정구역 지정 이후 몇 년이 지나야 일몰제 대상이 될지는 더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사업기간이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무분별한 정비사업 부작용 최소화

재개발 · 재건축 사업에 일몰제 도입이 추진되는 이유는 정비구역 및 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된 사업장의 상당수가 사업추진보다 지분가격 상승을 노린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업지연으로 건축허가가 제한되면서 증축 및 보수가 불가능해져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슬럼화가 가속화되는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도 많았다. 지난 2월 마포구 연남동 239-1 및 상수동 93-104 일대 등 2개 구역의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된 것은 주민들의 반발에 따른 것이다. 용산구 용문동 38-148,성북구 상월곡동 77-1 일대도 해제가 추진되고 있다.

다만 정비예정구역에 비해 사업 추진 단계가 앞선 정비구역의 경우 조합원 비용갹출이나 시공사 지원 등을 통해 자금이 집행된 곳이 적지 않아 구역지정이 자동 해제될 경우 조합원들이 반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해제구역 새 재개발 절차 밟아야


일몰제 적용으로 정비구역 및 정비예정구역에서 해제된 지역이 사업을 계속 추진하려면 서울시가 추진 중인 새로운 재개발 · 재건축 절차를 따라야 할 전망이다. 시는 지난 15일 개별지역별로 추진돼온 재개발 · 재건축 사업의 틀을 바꿔 주변 기반시설과 연계한 생활권역별로 사업을 추진하는 '주거지 종합관리계획'을 발표했다. 이와 관련,재개발 · 재건축 사업 때 노후도는 물론 도로율,가로수,공원율 등 주변 인프라 상황을 고려한 '구역지정 지수'를 새로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서울시는 주거지 종합관리계획이 법제화 될 때까지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일부 구역을 제외하곤 정비예정구역을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일몰제까지 도입되면 도시정비사업에서 정비구역 및 정비예정구역이라는 제도적 틀은 사실상 사라질 전망이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